[사설] 212년 만에 출항하는 조선통신사선과 ‘성신교린’
통신사 선박 복원 이어 뱃길 재가동
양국 평화·번영의 가치 되새길 기회
평화의 사절단으로 조선과 일본 양국을 오간 조선통신사선이 212년 만에 다시 그 맥을 잇는다는 소식이다. 새롭게 복원된 조선통신사 선박은 8월 1일 부산항을 출발해 일본 쓰시마에 입항한다. 옛 통신사선을 본떠서 만든 재현선이 2018년 10월 진수식을 가진 이후 5년 만에 이뤄지는 출항의 꿈이다. 이날은 한·일 조선통신사 뱃길이 재가동돼 실제로 대한해협을 건너가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그동안 한·일 관계 악화와 코로나19 상황 등의 악재로 배를 띄우지 못한 곡절들이 있었다. 조선통신사의 기치는 성실과 믿음으로 상호 교류한다는 ‘성신교린(誠信交隣)’이다. 이번 조선통신사 뱃길 재가동은 양국에 이 근본정신을 깨우치게 하는 의미를 지닌다.
조선통신사는 1607년~1811년 약 200년 동안 총 12차례 파견된 역사가 있다. 이번 출항을 ‘13차 항해’로 부르는 것은 그런 이유다. 출항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재현선이 이기대와 오륙도를 도는 기념 행사가 남구 용호별빛공원에서 열렸다. 전날에는 동구 영가대에서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대규모 해신제가 재현되기도 했다. 공식 일정은 첫날 쓰시마 히타카쓰 국제항 도착, 다음날 이즈하라항 입항이다. 통신사선 일행은 8월 5~6일 열리는 이즈하라항 축제에도 참여한다. 재현선 복원과 출항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부산문화재단의 오랜 노력의 결실이라고 한다. 치하할 만하다.
과거 조선통신사의 여정은 험난한 것이었다. 300~500명이 행렬을 이뤄 한양을 출발해 충주·문경·밀양 등을 거쳐 부산에서 배로 쓰시마로 이동한 뒤 시모노세키·오사카·교토 등을 거쳐 에도(도쿄)에 닿았다. 거리는 약 2000㎞, 기간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반 동안이나 이어졌다. 통신사는 한·일 관계 유지라는 외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학술·사상·예술 분야의 문화적 교류의 의미도 지닌다. 이를 기념해 부산시는 2003년부터 매년 조선통신사 축제를 개최해 왔고 일본도 연고지별로 축제를 펼쳐 왔다. 2017년 양국의 공동 노력으로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으로 등재된 것도 기억할 대목이다.
지금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꾀하는 전향적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국제정세는 한순간에 급변할 수 있다는 게 역사의 가르침이다. 근래 원전 오염수 파동 역시 한·일 관계가 언제든 다시 악화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런 시기에 성신교린을 상징하는 조선통신사가 우호와 평화라는 방향성을 잘 잡아 줘야 한다. 조선통신사는 조선과 일본의 관계가 200년 이상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는 지금도 양국의 미래를 위해 여전히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양국 평화와 공동번영의 꿈이 담긴 이번 조선통신사선 13차 출항은 그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