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산사송 LH도 '철근 누락', 조여드는 안전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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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공사·손해 배상·재시공 검토하고
건설 부패 카르텔 완전히 끊어 내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경남 양산의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LH가 발주한 아파트 가운데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버티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16.5%에서 전단보강철근 누락이 있었다는 것이다. 경남 양산 사송 A-2·A-8 지구의 LH 아파트 2개 단지 1287세대에서도 지하 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채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대형 붕괴 사고의 불안감이 지역까지 조여드는 모양새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양산사송 A2블록(분양·행복 479호)에서는 시공 오류로 무량판 기둥 650개 중 7개의 철근이 누락됐고, A8블록(영구·국민·행복 808호)에서는 241개 기둥 중 철근 72개가 설계 오류로 빠졌다. 일부 단지는 LH가 직접 감리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신속한 보강 공사와 전수 조사를 약속했지만, 불안은 커지기만 한다. 검단 아파트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입주 이전이지만 분양 계약자들은 “부실 시공한 단지에 살 일도 두렵고, 분양받은 아파트 가격이 하락할까 봐 무섭다”고 호소하고 있다. 당국은 보완 공사와 손해 배상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재시공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국가 공기업인 LH가 발주한 공공주택 공사에서 발생한 부실 공사로 정부 공사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 카르텔은 반드시 깨부수어야 한다”라며 아파트 부실 공사 자체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공사를 발주하는 LH에서 퇴직한 전관들이 설계·감리업체에 취직해 부실 감독·부실 시공하는 부패 사슬을 이번 기회에 끊어야 한다. 실무자 꼬리 자르기로 얼버무릴 것이 아니라, 국민 주거 안전 차원에서 설계·시공·감리 및 LH 최고 책임자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

1994년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벌어진 지 3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2021년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 지난해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올해 인천 검단 사고까지 매년 아파트가 무너졌다. 지난달 오송지하차도 수몰 참사도 결국 제방 부실 공사 탓이었다. ‘세계 4대 건설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후진국형 부실 공사가 다반사로 일어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는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탐욕에만 급급한 건설 이권 카르텔이 빚어 낸 결과다.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부실 공사의 고리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정부와 LH, 건설업계 모두의 깊은 반성과 쇄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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