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축제, 국제 망신 산 잼버리 반면교사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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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례없는 폭염, 곳곳 피해 속출
장소·시점 등 비상한 자세로 대비해야

절정을 맞은 여름 휴가철에 맞춰 전국 지자체마다 피서객을 겨냥한 축제·문화행사가 봇물이 터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2023 해운대 모래축제’ 장면. 부산일보db 절정을 맞은 여름 휴가철에 맞춰 전국 지자체마다 피서객을 겨냥한 축제·문화행사가 봇물이 터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열린 ‘2023 해운대 모래축제’ 장면. 부산일보db

절정을 맞은 여름 휴가철에 맞춰 전국 지자체마다 피서객을 겨냥한 축제·문화행사가 봇물이 터지고 있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는 지자체와 일상 탈출로 여름휴가의 낭만을 즐기려는 피서객에게 지역의 특색 있는 축제는 매력적인 즐길 거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올해는 지자체나 피서객 모두 가장 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위험 요소가 있다. 바로 유례 없이 강력한 폭염이다. 이미 전국은 속출하는 온열 환자로 비상이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한 전북의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국제적 망신을 산 것도 미흡한 폭염 대책 탓이다. 올여름 축제는 모두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특히 부울경 지역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피서지이자, 여름철 행사 개최지다. 이를 말해주듯 이달까지 행사가 줄줄이 계획돼 있다. 부산에선 7일부터 11일까지 벡스코 일원에서 ‘2023부산세계장애인대회’가 개최돼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린다. 경남에선 통영한산대첩축제가 12일까지 열리며,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 축제가 10~13일, 하동 전어 축제가 11~13일까지 진행된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행사인 만큼 올해는 더욱 폭염 대비에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행사 프로그램이 알차다고 해도 예기치 않은 단 하나의 사고로 전체 행사를 망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난 1일 전북 새만금 행사장에서 시작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그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던 이 대회가 왜 ‘생존 게임’이라는 비아냥 속에 국제적 망신의 대상이 됐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대회 시작 전부터 줄곧 제기된 폭염에 대한 경고와 준비 강화를 귓등으로 흘린 탓이 크다. 다른 지자체들도 결코 남의 일이라고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예견된 폭염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상식이다. 통영한산대첩축제나 삼천포 전어 축제가 폭염을 고려해 행사 진행을 아예 야간으로 바꾼 것도 이를 감안한 조처로 보인다. 지금 상황에선 적절한 선택이다.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지역 단위의 축제라고 여겨 안일하게 준비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지자체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이런 부류다. 축제 규모나 장소, 시기가 익숙하다고 자만해 행사 준비를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역시 규모는 다르지만, 준비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올해처럼 유례없는 폭염 상황에서는 이런 허점이 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다. 올여름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는 지난해의 3배가 넘는다고 한다. 정말 ‘사람 잡는 여름’이 아닐 수 없다. 축제를 개최 중이거나 앞둔 지자체는 특히 이를 감안해 비상한 각오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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