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파행 운영·태풍 북상 소식에 참가자 전원 서둘러 짐 싼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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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조기철수 계획” 연맹 측 전달
현장 3만여 명 8일 오전부터 퇴영
대학 기숙사·기업·기관시설에 수용
K팝 콘서트 개최도 서울 변경 검토
뻘밭 메운 야영장 태생적 한계 지적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7일 행사 관계자들이 그늘막을 해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에서 조기 철수를 결정한 7일 행사 관계자들이 그늘막을 해체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북상할 것으로 전망되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들이 안전 확보를 위해 영지를 떠나기로 했다.

7일 오후 세계스카우트연맹은 홈페이지 공지에서 “오늘 오전 대한민국 정부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 전원 조기 철수 계획을 연맹 측에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연맹은 “한국 정부는 곧 출발 계획과 참가자들을 유치할 장소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제공할 것이라고 통보했다”며 “우리는 정부에 계획을 신속히 추진하고 참가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것을 긴급히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등에 따르면 각국 스카우트 대원들은 8일 오전을 전후해 순차적으로 야영장을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새만금 야영장에는 약 170개국에서 온 3만 명이 넘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남아 있다.

경찰도 야영장 조기 철수에 대비해 교통과 참가자 안전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위에서 야영장 조기 퇴영을 확정하면 참가자 안전이나 교통과 관련한 대책은 빈틈없이 매뉴얼대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태풍 대비 잼버리 ‘비상시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보고받고 점검했다. 컨틴전시 플랜은 스카우트 대원들의 숙소와 남은 일정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서울 시내 대학교 기숙사와 각종 공기업·민간기업 연수시설과 함께 구청에서 보유한 체육관 등으로 숙소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강수량이 100mm를 초과하고 거센 바람까지 불면 야영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숙소를 실내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이다. 전북도 내 시설 등에도 스카우트 대원들이 수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직위와 정부 부처는 이날 오전 도내 대학과 숙박시설 등에 최대 수용 인원을 문의하기도 했다. 전북대, 우석대, 원광대, 군산대가 관련 문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폐영식 전날인 11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K팝 콘서트 역시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규모가 큰 수도권 스타디움으로 옮기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콘서트 날짜와 장소는 6일 새만금 야영지에서 1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한 차례 변경된 바 있다.

야영지 조기 철수를 결정한 데는 대회 장소인 새만금지구의 태생적 한계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바닷물이 드나들던 뻘밭을 메워 만든 야영지는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대회 직전까지도 물에 잠긴 적이 있다. 새만금 기본계획에 따르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의 규모는 여의도 3배 크기의 8.8㎢로 애초 관광·레저용지였으나 농업용지로 전환해 조성했다. 농업용지는 많은 물을 가두는 게 이득이기 때문에 별도 배수장치 없이 최대한 평평하게 조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잼버리 부지도 마찬가지로 배수 기능이 아예 없어 비가 조금만 내려도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잼버리 개회 당시에도 야영장 곳곳에서는 물웅덩이가 발견됐고, 스카우트 대원들은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 설치한 텐트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후 축축한 부지에 폭염이 찾아와 야영장은 흡사 한증막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생활 여건이 열악했고, 땅에서 스며드는 습기에 잠을 이루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모기 등 벌레도 창궐해 관련 환자가 속출하기도 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잼버리대회 현장을 찾아 “필요한 경우 참가자들이 안전하고 혼란없이 대피할 수 있도록 전 부처가 힘을 합쳐 상세한 계획을 마련하고 연맹 및 조직위와 신속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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