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임금 체불 사태, 지역 사립대 “남 일 아니다”
사립대 다수 신입생 충원율 저조
등록금 의존도 높은 재정 널뛰기
자구책도 자산 없으면 그림의 떡
국가 지원 응모 때도 재정이 점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할 듯
부산 고신대의 임금 체불 사태(부산일보 8월 7일 자 6면 보도)로 지역 대학의 재정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사립 대학은 재무상 매년 적자와 흑자 사이에서 널뛰기하는 불안정한 재정 상태인 것으로 〈부산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사립 대학의 학생 등록금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신입생이 충원되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고신태 사태’ 발생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부산일보〉가 입수한 고신대 ‘교비회계 자금 계산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일~지난 2월 28일 고신대의 차기이월자금은 7억 2586만 3172원 적자를 기록했다. 차기이월자금은 일종의 대학 잉여 자금이다. 차기이월자금이 적자라는 것은 지난해부터 학교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 신입생 충원율이 10%포인트가량 하락한 83.06%였고 미달 인원은 147명에 달해 올해 말 발표될 학교 재정 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대학의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 80%대를 기록한 A대학은 같은 시기 등록금 회계에서 미등록에 따라 53억 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학교 자산 임대 보증금 수입 등으로 등록금 적자를 메웠다. B대학은 당기 운영 손익이 2021년 2000만 원대 적자에서 지난해 2억 3043만 원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등록금 수익 기준으로는 학생 40명 정도에 해당하는 이익이어서 신입생 충원 사정에 따라 언제든 적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사립 대학 총장은 “매년 회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며 “고신대 임금 체불 사태 이후 ‘우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지만 현실적으로 신입생 충원율을 올리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은 "신입생 정원이 1000명 미만 소규모인 고신대를 신호탄으로 수년 내에 대학 재정 위기가 전체 대학에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매년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지고 신입생 정원 감축에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마저도 충원하지 못할 경우 적자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학 등록금이 14년째 동결돼 대학들이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수단은 기부금,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선정 정도다. 대학이 해마다 자체적으로 받는 기부금 수입 규모가 작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기 어려운 대학은 재정 운용 위기 탓에 벼랑 끝에 선 처지다.
지역 사립 대학들은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 속에 섣불리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는 데다 재단 지원금도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미봉책으로 재정난에 맞서는 분위기다. 경성대의 경우 지난해 이례적으로 조교 제도를 폐지했다. 신라대는 청소노동자 등의 구조조정을 시도하다 반발에 부딪혔다. 동아대에서는 교수들이 미지급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부가 최근 대학에 부지 매각 등 재산 처분 자율권을 부여했지만, 이마저도 보유 자산이 있는 대학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자조 섞인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의 한 사립 대학 기획처장은 “국가재정지원사업 등에 응모하는 방법도 있지만 항목에 학교 재정 상황이 고려되기 때문에 재정이 어려운 대학은 더 활로를 찾기 어렵다”며 “올해 사학재단 차원의 재정 진단 등을 통해 재정 상태가 평가되면 어려운 대학은 더 어려워지고 재정이 괜찮은 대학은 더 발전하게 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