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발등의 불’ 지방대 재정난, 정부·시 두고만 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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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도산 현실화” 하소연 곳곳에서 나와
‘지역 살리기’ 차원의 정밀한 대책 절실

고신대 임금체불 사태가 터지면서 부산 지역 다른 사립대에도 긴장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영도구 고신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고신대 임금체불 사태가 터지면서 부산 지역 다른 사립대에도 긴장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영도구 고신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지방대 특히 지방 사립대의 줄도산이 우려 차원을 넘어 이미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최근 몇 년 새 재정난을 이겨 내지 못해 폐교 절차를 밟은 지방대가 속출하는 형편이고 보면 그런 지적이 틀린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폐교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대다수 지방대가 현재 처한 모습은 눈물겹다. 교수 임금을 제때 못 줘 소송을 당하는가 하면, 적자를 메울 방도가 없어 고육지책으로 조교 제도를 폐지하거나 청소노동자를 대폭 줄이는 대학도 나왔다. 회계 담당자들마다 해마다 살얼음판을 걷는다는 하소연이고, 이대로라면 수년 내에 지방대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는 탄식도 끊이지 않는다.

지방대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1990년대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지방대들의 부실 운영에 대한 비판이 숱하게 제기된 터였다. 하지만 지방대들은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등록금에만 의지하면서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했고, 근래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까지 심화하자 곧바로 위기에 부닥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도 대학 구조조정을 비롯한 대책 마련에 손을 놓으면서 지방대들은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적자 누적 대학은 2025년부터 국고 지원 자격마저 박탈될 예정이라 이들 대학의 미래는 더욱 비관적일 수밖에 없게 됐다.

다급해진 지방대들이 뒤늦게 자구 노력에 나서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글로컬 대학 선정 사업’이 그 예다. 올해 지방대 10곳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30곳 이상의 글로컬 대학을 지정해 대학별로 5년간 1000억 원이 넘는 국비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재정난을 해소할 좋은 기회인 듯한데도 정작 대다수 지방대들은 이 사업에 부정적이라고 한다. 형편이 나은 극소수 대학만이 글로컬 대학에 선정돼 경쟁력이 높아지고, 거기에 끼이지 못한 지방대는 오히려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혀 활로가 더 막힌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지방대 사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빚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금 지방대의 위기는 지방대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지방대의 자구 노력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대학 자율화를 핑계로 그동안 지방대 문제를 방치해 온 정부의 책임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옥석을 가리기에 앞서 지방대 전체를 살리겠다는 정부 차원의 강한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국민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등록금 인상 같은 미봉책 말고 보다 근본적이고 정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산시 등 지자체도 힘을 보태야 한다. 지방대의 위기는 곧 지역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역 대학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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