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도로 지반침하 가속화하는 노후 하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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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폭우로 낡은 하수관 파열 위험 점증
전량 교체 어렵다면 관리라도 철저해야

도심의 지하에 묻혀 대도시 치수 관리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하수관이 노후화해 지반침하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왕복 2차로 도로 30여m가 50cm~1m가량 내려앉은 경남 양산시의 한 도로. 부산일보DB 도심의 지하에 묻혀 대도시 치수 관리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하수관이 노후화해 지반침하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왕복 2차로 도로 30여m가 50cm~1m가량 내려앉은 경남 양산시의 한 도로. 부산일보DB

도심의 지하에 묻혀 대도시 치수 관리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하수관이 노후화해 지반침하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집중 호우나 태풍이 갈수록 잦아지는 때에 하수관은 도시 내 배수를 가장 먼저 담당하는 시설이다. 이처럼 중요한 하수관이 노후화로 파열되면서 그 위의 지반이 침하하는 일이 잦다면 도시 안전에도 심각한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부산시에 따르면 집중 호우가 내린 지난달에만 모두 5건의 지반침하가 일어났다. 2020년까지 범위를 넓히면 크고 작은 지반침하는 56건이나 됐다. 일상화된 폭우 현상을 고려하면 노후 하수관의 문제는 당장 발등의 불이나 다름없다.

하수관 파열은 지반침하의 여러 원인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2020년까지 발생한 부산의 지반침하 56건 중 절반 정도가 하수관 파열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내부로는 많은 빗물로 인한 압력과 외부로는 그 위에 놓인 흙에 의한 하중을 이기지 못해 낡은 하수관이 파열하면서 도로가 푹 꺼지는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최근의 집중 호우처럼 많은 비가 내리면 노후 하수관의 파열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는 앞으로 도심 어느 곳에서도 불시에 노후 하수관 파열로 도로가 내려앉을 위험이 상존한다는 말과 같다. 부산 전역에는 이처럼 매설된 지 20년이 넘은 낡은 하수관만 6000㎞가 넘는다.

부산은 매설 20년이 지난 하수관 비율이 60% 중반대로, 40% 정도인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 노후 하수관으로 인한 지반침하의 가능성이 어느 도시보다 더 높다고 봐야 한다. 당장 결함이 있거나 균열이 생긴 하수관의 전량 교체에 착수해야 하지만, 역시 문제는 예산이다. 하수관 교체 비용은 환경부가 30%, 부산시·기초지자체가 70%를 부담하는데, 부산 전역의 노후 하수관을 정비하려면 수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한다. 거기다 도로 공사로 인한 통행 차단의 불편함까지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는 게 시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부담이 있다고 해도 지금의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낡고 문제가 있는 하수관을 빠른 시일 내에 모두 교체할 수가 없다면, 관리 방안만이라도 촘촘하게 세워둬야 한다. 파열의 기미가 조금이라도 있는 하수관은 미리 파악해 교체하는 것이 좋은 차선책이 될 수 있다. 그러려면 지하에 묻힌 하수관의 상태를 손바닥 보듯이 파악하는 게 필수다. 시는 이미 4년 전 시내 전역의 노후관 정밀조사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소형 장비로 내부를 촬영하는 방식인데, 제대로 진행했다면 지금은 상당히 진척됐을 것이다. 그런데 하수관으로 인한 지반침하가 계속되니, 일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예산 문제 이전에 먼저 할 수 있는 차선책이라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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