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력 시험대 오른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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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폐원 벌써 6년 세월 흘러
‘건정심’ 상정 등 올해 내 결판내야

부산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금정구 남산동 침례병원 전경. 부산일보DB

침례병원은 2017년 7월에 문을 닫았다. 침례병원을 공공화시켜 다시 정상화하기 위한 시민들의 뜻과 노력의 시간이 벌써 6년이나 흘렀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공약과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약에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설립 등 공공병원화’가 포함되어 금방이라도 잘 해결될 것으로 기대에 부풀기도 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침례병원 재건축비 전액과 의료 장비구입비 50% 등 최대 1997억 원을 부담하는 방안까지 수용했다. 그런데도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추진은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답답하다. 당장 병원에 가야 하는 부산 시민들이 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말인가.

현재 침례병원 보험자병원 추진 상황은 핵심 절차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안건 상정조차 언제 될지 불투명하다고 한다. 당초 올 상반기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내용 보완과 일정 문제 등으로 늦어졌다. ‘건정심’은 건강보험정책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장관 자문 및 의결기구다. 건정심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곧바로 비수도권 최초의 보험자병원 설립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추진에만 9~12개월이 걸리는 등 건정심을 통과해도 병원을 설립하기까지는 6~8년가량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복지부의 입장을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도 우려스럽다. 복지부 내부에는 보험자병원 설립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히 깔려 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침례병원의 보험자병원 설립에 건보 재정이 투입되고 병원 운영 시 흑자를 장담할 수 없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나오는 모양이다. 지난 6월 금정구가 지역구인 백종헌 의원이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침례병원 공공화와 관련해 질의하자 “공공병원 확충은 재정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역시 “제2의 보험자병원이 나오려면 건정심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나 마나 한 대답을 했다. 수도권에는 최초의 보험자병원인 일산병원이 벌써 들어섰지만, 지방에선 이렇게 힘이 든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부산 같은 대도시에 부산의료원 하나만으로는 의료 안전망을 확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은 침례병원 공공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백 의원이다. 백 의원이 그간 복지부와 건보 등을 대상으로 300차례 이상 국회 질의와 면담 등을 해 왔다지만 여전히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대통령 공약이자 자신의 핵심 공약인데 복지부 하나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올해 안에 보험자병원 설립 문제에 진척이 없다면 내년부터 국회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각오로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이건 시민들의 실제 생명이 걸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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