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복 78돌에도 빛 못 찾은 우키시마호 영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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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여 한인 원혼 타국 바다 떠돌아
희생자 유해 봉환·추모 시설 건립 시급

1945년 8월 일본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폭발사고로 침몰해 1954년 10월 인양된 우키시마호. 선체 내부 곳곳이 희생자들의 유골로 뒤덮여 있다. 일본 시민단체 마이즈루모임 제공 1945년 8월 일본 마이즈루 앞바다에서 폭발사고로 침몰해 1954년 10월 인양된 우키시마호. 선체 내부 곳곳이 희생자들의 유골로 뒤덮여 있다. 일본 시민단체 마이즈루모임 제공

15일은 제78주년 광복절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일제의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일본을 자극할 수 있는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날로 고조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해 안보 분야를 중심으로 공조 체계가 강화된 한일 관계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크게 개선된 한일 관계가 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의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부산일보〉가 기획 중인 ‘우키시마호 희생자 유해 봉환과 추모 공간 건립’은 양국이 서둘러 적극 추진해야 할 현안으로 꼽힌다. 이 사업을 통해 한일 간 화해 분위기를 극대화하며 평화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를 확고히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키시마호는 광복 직후인 1945년 8월 22일 일본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한국인 강제징용자와 그 가족을 태우고 부산을 향해 출항한 귀국선이다. 하지만 이 배는 출항 이틀 후인 24일 교토 마이즈루항 앞바다에서 의문의 폭발과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한국인만 8000명 이상이 허망하게 수장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80년 가까이 희생자 현황조차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수습된 한국 희생자들의 유해 중 280구는 현재 도쿄 유텐지에 쓸쓸히 안치돼 있다. 1970년대 3차례에 걸쳐 국내에 봉환된 241구도 우리 정부의 무관심 속에 아무런 표식도 없이 방치돼 있다고 한다.

〈부산일보〉는 올 2월 ‘방치된 비극 우키시마호’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는 한편 꿈에 그리던 고국 땅을 밟지 못한 채 비극을 맞은 수많은 희생자들의 실태를 집중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서일본신문〉과 협조해 일본 정부가 공식 파악한 우키시마호 한국인 사망자 524명의 명단을 최초로 입수하고, 부산 영락공원에 방치된 희생자 유골 12구를 첫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달 들어선 일본과 국내에 뿔뿔이 흩어진 희생자들 유해의 실상, 유족과 생존자들의 증언과 바람을 추적 보도하는 ‘8000원혼 우키시마호의 비극’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며 진정한 해방의 빛을 되찾아 주고, 죽어서도 타국 해상을 떠돌고 있을 원혼들을 귀국시킬 목적에서다.

이를 위해 희생자들 유해 봉환과 번듯한 추모 공간 마련이 절실하지만, 민간의 힘으론 한계가 있다. 2005년 부산 중구 수미르공원에 세워진 뒤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으로 옮겨진 작은 추모비가 있으나 8000여 원혼을 달래기에 부족해 보인다.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일본 내 희생자 유해가 하루빨리 봉환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 노력할 일이다. 부산시도 추모 시설을 지역에 건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길 바란다. 말로만 광복을 외치며 기념식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한일 정부가 상호 이해 속에 우키시마호 영령을 위로하는 사업을 펼치면서 사건 실체를 규명할 때 얽힌 과거사는 쉽게 풀리고 더욱 우호적인 미래도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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