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빌딩풍 손 놓은 부산시, 과학적 연구 결과 모른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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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풍 펜스·실시간 관측시스템 도입 방치
기후 재해 갈수록 심각해져 대책 급하다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해안가를 중심으로 초고층빌딩 밀집에 따른 빌딩풍이 심각한 재해 요인으로 등장했지만 부산시의 대책 마련은 하세월이다. 시는 2021년부터 부산대 연구팀에 의뢰해 ‘빌딩풍 실증 분석 연구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기상 관측을 통해 태풍 발생 시 해운대 엘시티 일대는 내륙에 비해 최대 4배의 강한 바람이 부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를 막기 위해 방풍 펜스와 실시간 관측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3월 이 같은 결과를 시에 통보했다. 그러나 시는 대책을 미루고 있다. 예산 마련과 주민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시가 연구 용역까지 실시해 놓고 예산과 주민 민원을 핑계로 대책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빌딩풍 문제는 2018년 태풍 콩레이 당시 공사 중이던 엘시티 외벽 유리창이 파손되고 파편이 인근 상가로 쏟아지는 피해가 발생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매년 태풍 때면 빌딩풍으로 크고 작은 피해가 반복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10일 태풍 카눈이 부산을 관통할 당시에도 엘시티 일대에는 순간 풍속 39㎧, 마린시티 일대에는 32㎧의 빌딩풍이 불었다. 지난해 태풍 난마돌 땐 엘시티 일대에 역대 최고인 63.4㎧의 빌딩풍이 관측되기도 했다. 강풍이 불어닥칠 경우 빌딩풍으로 인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심각성을 감안해 시가 용역까지 실시해 놓고 정작 대책 마련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부산대 연구팀이 빌딩풍 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방풍 펜스와 실시간 관측시스템이다. 빌딩풍에 따른 골바람으로 4배가량 풍속이 강해지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안이 필요하고 사전 예방을 위한 실시간 관측시스템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시는 방풍 펜스의 경우 빌딩풍 위험 지역이라 공언하는 셈이 돼 상권 위축을 우려한 주민 반발로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시민들의 안전과 관련한 사안을 주민 공청회도 없이 주민 반대를 걱정해 진행하지 않는 것은 안이한 처사다. 실시간으로 풍속 측정이 가능한 시스템 설치에 필요한 예산이 17억 원인데 이 돈이 없어 차일피일 미룬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부산 해안가를 중심으로 5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이 즐비해 있고 앞으로도 북항재개발 지역 등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가 대책 마련을 미뤄서 될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의 강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더해 대비를 강화해도 부족한 마당이다. 영국 리즈시의 초고층빌딩 지구에는 이미 방풍 구조물이 설치돼 있고 런던 고층 건물에는 요철 디자인이 도입됐다. 주민 민원이 없고 예산이 남아돌아서겠는가. 초고층 건물 건립 시 재해영향평가라도 해야 할 상황이다. 시민 안전을 우선한다면 더 이상 빌딩풍 대책을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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