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해법 결국은 일자리… 부산 2030세대 붙잡아야”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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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 <부산일보>와 단독 인터뷰
제조업 중소기업 산업구조 청년에 매력적이지 않아 구조 변화 필요
글로컬 대학 정책 통한 인재 양성·기업 문화 개선·인구정책 보완 제시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5일 부산시청 1층 들락날락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5일 부산시청 1층 들락날락에서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하면 교육 여건이나 문화 등 기반 시설은 상당히 잘 되어있지만, 여기서 교육 받은 청년을 붙잡을 일자리가 없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김영미 부위원장은 부산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핵심을 ‘일자리’라고 짚었다. 지난 25일 부산을 찾은 김 부위원장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청년 일자리만 늘리기보다는,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 키우고 머물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과 저출산 대응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환담을 갖고, 부산지역 중소기업·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 등을 만나 현장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김 부위원장은 오랜 시간 부산의 인구 문제를 가까이서 들여다 본 인물이다. 부산의 인구 문제 해법은 단순하지 않지만, 우선은 일자리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김 부위원장은 “현재 부산을 떠나는 청년은 학력 수준이 높거나, 여성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산업을 발굴하는 데 장기적으로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 산업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부위원장은 “부산은 제조업·조선산업 등이 주를 이루는데 여기서는 여성을 선호하지도 않고 여성들 역시 매력을 못 느끼는 일자리들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보건복지 서비스, 돌봄 등의 일자리인데 이런 곳은 사실 아무리 늘리더라도 2030세대에겐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의 청년 여성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결혼과 출산은 결국 남성과 여성의 만남인데, 부산의 청년 세대는 성비 불균형이 심각해 결국 인구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부산이 충분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컬 대학’ 등의 정책이 활발해지면서 지자체가 지역의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다각도로 양성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부가 대학의 권한을 지자체로 넘기면서 중요한 실험을 할 수 있게 됐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산업 구조로 바꾸고, 산학연 연계도 더 활성화되면 가장 성과가 날 수 있는 도시가 부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부산이 제조업 중소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유지한다면 일·생활 균형 등의 제도 정착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과 같은 제도가 대기업에 비해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동료가 육아휴직을 쓰면 대체 인력을 구하거나,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할 경우 팀 동료에게 ‘응원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도 유용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업 문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위원회는 육아휴직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제도 등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 문화가 정착하려면 기업의 문화가 같이 바뀌어야 하고 특히 중소기업에서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위원회 차원에서도 필요한 게 뭔지 계속 청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아이들이 더 자주 눈에 띄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자꾸 보여야,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산시청에 마련된 ‘들락날락’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이날 들락날락을 둘러본 김 부위원장은 “예전의 부산시청은 고압적이고 답답한 모습이었는데 ‘들락날락’이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면서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 외에 함께 오는 부모들을 위한 ‘부모 교육’도 함께 제공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이런 콘텐츠를 갖춘 공간이 부산 곳곳에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은 산과 바다 등 자연 환경이 다양하고 풍부해,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김 부위원장은 “부산의 특성을 살려 서핑이나 해양스포츠 등을 어릴 때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하면, 지금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은둔·고립 등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2030부산세계박람회를 준비 중인 만큼, 이 자산을 미래 세대의 교육에 활용한다면 이 역시 부산이 앞서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고령화와 저출산 등 심각한 인구문제에 직면한 부산이 선도적인 정책을 펼쳐주기를 바란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부산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도시이며, 상당한 자원을 가진 도시다. 부산에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면서 “위원회와 부산시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구조변화 대응과 관련한 MOU를 맺었고, 위원회는 관련 정책 수행에 적극적으로 부산시에 의견을 내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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