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국방부 청사 앞 홍범도 흉상도 필요 시 이전 검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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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 정례 브리핑서 방침 재확인
이낙연, SNS 통해 “천박한 인식”
국힘 “국방부·육사가 결정” 선긋기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정치 쟁점으로 부상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과 관련, 군이 육군사관학교 교내 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흉상에 대해서도 필요 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흉상 이전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반역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군이 이전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얼빠진 폭주를 멈추라”며 맹폭을 가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방부 앞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국방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으나,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 검토 이유에 대해 “홍범도 장군과 관련돼서 지난해부터 공산당 입당 또는 그와 관련된 활동이 지적되고 있어서 검토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소련 볼셰비키당 입당이 흉상 이전의 배경이 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그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빼고 국방부 청사 앞에 백선엽 장군 흉상을 세울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육사는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 대변인은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명칭도 바꿀 계획이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온갖 고초를 겪고 항일 무장투쟁을 벌이다 광복 2년 전 생을 마감한 홍범도 장군을 북한과 관련 짓는 천박한 인식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군의 이전 방침을 비판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흉상을 철거하는 것은 독립운동가에 모멸감을 심어주는 행위”라며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군의 이번 검토 방침에 국방부와 국가보훈부, 대통령실이 개입했을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중단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범도 장군 흉상은 철거가 아니라 (육사에 설치됐던 것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문제로 알고 있다”면서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흉상 이전을 군이 결정할 사안으로 돌리면서 논란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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