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둔화에 전 세계 '경고음'… 아시아부터 타격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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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년여 만에 첫 수출 감소
한국·태국도 올해 성장 전망 낮춰
글로벌 투자자, 중 주식 매도세
시진핑의 ‘서구식 성장 반대’ 발목

미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중국 헝다그룹이 지은 주택단지. AFP연합뉴스 미국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중국 헝다그룹이 지은 주택단지. AFP연합뉴스

세계 2대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기둔화가 전 세계 경제 전반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주요국의 중국 수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 반대 성향이 중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경제가 올해 세계 성장의 약 3분의 1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 만큼 최근 수개월간의 급격한 둔화는 전 세계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각국은 건축자재부터 전자제품까지 중국의 모든 품목 수입이 감소하자 자국 경제에 미칠 타격에 대비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현재까지 아시아가 아프리카와 함께 무역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경우 중국이 자동차와 반도체 구입을 줄이면서 지난 7월 2년여 만에 처음으로 수출 감소를 기록했다. 한국과 태국의 중앙은행도 지난주 성장 전망을 낮추며 중국의 약한 회복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중국 주식시장에서 우량주 위주로 100억 달러(약 13조 원) 이상을 매도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중국 주식에 대한 목표치를 하향했으며 특히 골드만삭스는 리스크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의 침체가 장기화하면 전 세계에 해를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P) 상승하면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약 0.3%P 확장하는 것으로 나타나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BCA 리서치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피터 베레진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나머지가 경기침체에 빠지고 중국이 계속 약세에 머문다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의 약한 회복세에는 시 주석의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 반대 성향이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가장 좌편향적인 성향을 보이는 시 주석이 부동산 경기부양과 가계 현금 지원 등의 소비 중심 성장 부양 정책을 기피하면서 중국 경제에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미국 등은 각종 소비 지원책과 복지 정책으로 경기침체의 터널을 벗어났으나, 중국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미국처럼 소비자 주도 경제로 전환을 가속하면 성장이 지속 가능해 보이는데도 시 주석은 서구식 소비 주도 성장에 대해 뿌리 깊은 철학적 반대 견해를 갖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공산당 고급 간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가 서구와 차별화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매체는 “부동산 경기부양을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과 소비자에게 현금을 직접 줘 소비를 촉진하는 등의 정책이 일정 수준 (경제회복) 효과는 있겠지만 그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중국 가계 소비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38%로 미국의 68%보다 훨씬 작다. 중국이 소비 성장에 제대로 신경을 쓴다면 올해 성장률 목표치 ‘5% 안팎’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첨단기술 분야에 자금을 집중 지원하는 산업 중심의 성장 전략에 매진 중이다. 학습시보가 첨단기술 등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 “진정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한 데서도 중국 공산당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중국 당국은 개혁개방 시기의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은 고사하고, 올해 목표인 5% 안팎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분야 성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펼쳐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을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스위스 최대 투자은행(IB)인 UBS는 지난해 중국 가계가 가처분소득의 33.5%를 저축해 2019년 저축률 29.9%를 넘겼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성장에 대해 중국인조차 확신을 못 하고 소비 대신 저축을 늘린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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