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자녀와 동일시 부모, 교사 훈계를 본인 모욕으로 느껴” [코리아 리포트]
외신, 교사들 잇단 죽음 집중 보도
아동복지법 도입 후 괴롭힘 직면
한국 정신건강·교육 체제도 문제
부모 의식 변화 교사 존경 사라져
‘초경쟁 사회’ 한국에서 발생한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과 뒤이은 한국 교사들의 대규모 시위에 대해 외신들이 큰 관심을 표하며 원인을 짚었다. 외신은 교사들의 이 같은 잦은 극단적 선택이 한국의 광범위한 정신 건강 문제와 한국의 가혹한 교육 시스템과 연관된다고 분석했다.
■부모 괴롭힘과 소송에 시달리는 교사
미국 CNN방송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수십만 명의 한국 교사들이 학부모의 압력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압감이 큰 교육 시스템으로 악명이 높은 한국에서 교사들의 업무 부담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수십만 명의 교사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면서 “분노한 교사들은 성난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와 심지어 괴롭힘에 직면하고 있다며 법적 개혁과 보호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집회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가하면 교사 인터뷰로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교사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상세히 보도했다.
한 교사는 CNN에 “소위 아동 학대 예방법 때문에 교사에게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많은 교사들이 교실에서 학생에게 사소한 훈계나 징계를 하더라도 화가 난 부모로부터 신고를 당할까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교육계의 많은 사람들이 2014년 도입된, 논란의 여지가 있는 아동복지법을 비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CNN은 “한 교사의 사망은 보복이 두려워 학생들을 징계할 수 없다고 오랫동안 불평해온 한국 전역의 많은 교사들에게 전환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한국의 공립학교 교사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대부분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전통적으로 교사 존경해온 한국, 왜?
영국 BBC방송은 지난 4일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 하는 것은 거의 모든 것이 학문적 성공에 달려 있는 한국의 초경쟁 사회”라고 진단했다. BBC는 “학생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최고의 대학 진학을 위해 성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면서 “특히나 대부분의 가정에 자녀가 한 명 뿐이므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원인으로 짚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지난 8일 ‘학대 당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무력한 교사들: 한국 교사들이 시위를 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자녀가 한두 명 밖에 없는 가정에서 부모가 자신을 자녀와 동일시하며, 자녀 중심의 삶을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이 교사로부터 받는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졌고, 이를 직접적인 모욕으로 본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CNN 또한 “한국에서는 많은 청소년들이 교육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는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매일 사립학원에서 추가 과외를 받고 밤 늦게까지 공부를 계속한다”면서 “이러한 스트레스는 부모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서울교대 김봉제 교수는 BBC에 “전통적으로 한국은 교사를 존경하는 문화가 매우 강했지만,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높은 교육을 받은 뒤 종종 교사를 무시한다”면서 “그들(부모들)은 세금으로 비용을 지불했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강한 권리의식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BBC에 “4년 전까지만 해도 방해가 되는 학생을 교실 밖으로 내보내거나 교실 뒤쪽으로 보낼 수 있었지만 그 이후 부모들이 아동학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면서 “(교사를 괴롭히는) 부모들의 사고 방식은 ‘내 아이만 중요하다’인데, 자기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아 매우 이기적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