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벽돌집 덮친 모로코 강진… 사상자 1만 명 넘을 수도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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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 서남쪽서 규모 6.8 지진

120년 만의 최대… 2012명 사망
구조대 못 간 곳 많아 피해 늘 듯
진원 깊이 얕고 내진 설계 안 돼
대서양 건너 포르투갈서도 감지
주민들 여진 공포에 거리서 노숙
세계문화유산 모스크 첨탑 손상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에서 지난 8일(현지 시간) 1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폐허가 된 마라케시 외곽 한 마을의 모습. 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에서 지난 8일(현지 시간) 1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폐허가 된 마라케시 외곽 한 마을의 모습. 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의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이 지난 9일 여진 공포에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노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의 지진 피해 지역 주민들이 지난 9일 여진 공포에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노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현지 시간) 북아프리카 모로코 남서부에서 1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현재까지 2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도 2000명을 넘는다. 이 중 1400여 명의 부상은 심각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아직 구조대가 접근하지 못한 곳도 많아 사상자 수가 1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P·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11시 11분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6.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번 강진으로 10일 현재까지 20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2059명까지 증가했다. 이들 가운데 심각하게 다쳐 치료를 받는 이는 1404명으로 집계됐다.



규모가 강력하고 진원 깊이도 10km 정도로 얕아 지표에서 받는 충격이 커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또 내진 설계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낡은 벽돌 건물이 대거 무너지고 많은 사람이 잠든 심야에 지진이 일어난 점도 인명 피해를 키운 요인이 됐다.

문제는 앞으로 인명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10일 펴낸 새 보고서에서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1만 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또 1만∼10만 명에 이를 가능성도 21%로 전망했으며, 10만 명 이상이 될 경우의 수도 6%가량 되는 것으로 내다봤다. 내진설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건물 등 여러 여건이 피해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모로코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도 강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세 고도 마라케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옛 시가지 메디나의 문화유산 손상이 목격됐다. 특히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로 ‘마라케시의 지붕’으로 불리는 쿠투비아 모스크의 첨탑(미나렛)도 일부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AP통신은 규모 6.8의 지진이 120년 만에 모로코를 강타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960년 아가디르 근처에서 발생해 수천 명의 인명을 앗아간 규모 5.8 지진 이후 가장 강력했다. 이번 지진은 동쪽으로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알제리는 물론 지중해와 대서양 건너 스페인, 포르투갈에서도 감지될 정도였다.

지진으로 손상된 모스크 첨탑(미나렛). AP연합뉴스 지진으로 손상된 모스크 첨탑(미나렛). AP연합뉴스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가 집중된 아틀라스산맥 지역 고지대에서 도로가 끊기거나 산사태가 나는 바람에 길이 막혀 구급차 통행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강진에 놀라고 여진 공포에 질려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노숙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모로코 강진 피해에 대한 애도와 지원 의사 표명이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물론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일제히 모로코에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약 7개월 전 5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도 애도 행렬에 동참했다. 모로코와 국교를 단절한 알제리와 이란 정부도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모로코 정부는 국왕 모하메드 6세 주재로 재난 대책 회의를 연 뒤 사흘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한편 모로코에 사는 한국 교민은 360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교민이나 당시 마라케시를 방문 중인 한국인의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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