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고 받고도 눈앞에서 수배자 놓친 경찰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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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서 벌금 미납 중 시민에 목격
타인 주민번호로 신원 조회 통과
사칭에 속고 ‘무면허’ 놓친 경찰
상황 종결 후 뒤늦게 신병 확보 중

시민이 수배자임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정작 경찰은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허술한 대응으로 수배자를 놓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경남 김해시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 40분께 어방동의 한 음식점 주차장에서 수배자를 발견하고 곧장 112에 신고했다. 잠시 후 인근의 B지구대에서 나온 경찰이 수배자 신원조회를 하는 사이 수배자는 다시 식당에 들어가는 시늉을 하다 줄행랑을 쳤다.

며칠 후 경찰이 확인한 결과 수배자로 지목된 사람은 실제 횡령 혐의로 재판에서 벌금형을 받았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수배 중인 상태였다. 그러나 이 역시 신고자의 채근으로 인해 밝혀졌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취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수배 여부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다.

A 씨는 “수배자는 지인이 아는 사람으로 낯이 익어 한눈에 알아봤다. 운전면허증이 없는데 차를 몰아서 경찰에 신고할 때 수배자가 확실하고 무면허 운전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런데 경찰은 수배자 앞에서 내게 전화를 걸어 이 사람이 수배자가 맞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시 현장 근처에서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분명히 수배자가 도망을 갔는데 나중에 B지구대에 전화해 보니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됐다고 하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이날 오후 A 씨의 신고가 접수됐고, B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수배자는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고, 경찰은 수배자가 불러주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확인해 신원 조회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B지구대 관계자는 “불러준 주민등록번호로 조회하니 그 사람은 수배자가 아니었다. 신원조회 단말기 속 사진을 확인했는데 비슷해서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며 “신분증을 안 갖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지구대로 데려가 신원을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무면허 확인은 사실 우리가 잘못한 게 맞다. 원동기 면허증을 자동차 운전면허증으로 착각했다”며 “현재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다시 연락했지만 오지 않고 있다. 수배자 거주지가 있는 울산시의 경찰과 공조해 신속히 수배자 신병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사건 당일 수배자는 경찰에 자신 형제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수배자가 불러주는 인적 사항만으로 신원 확인을 한 경찰의 허술한 대응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A 씨는 “안일하게 대응하다 눈앞에서 수배자를 놓치는 것을 보니 너무 답답했다”며 “만약 이 수배자가 살인이나 강도, 강간과 같은 강력범죄자였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꼬집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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