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운영 부담 털고 분위기 쇄신… ‘관료 조직 긴장’ 효과도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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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개각 주요 내용과 배경

기존 장관들 사실상 ‘문책 경질’
‘전투력’ 입증된 강경 인사 기용
신임 임명 전까지 차관이 대행
청문회 등 업무 공백 대응 전략
국힘 “앞으로 달려 나갈 채비 마쳐”
민주 “문제 인사들만 끌어모아”

유인촌(왼쪽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인촌(왼쪽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차 개각 발표 브리핑에 배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에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에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 여성부 장관 후보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각각 지명했다. 이는 취임 후 두 번째 개각을 통해 전문성을 고려해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관료 조직에 긴장감을 높이려 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해 내각 역량을 보강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에는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 고검장 출신인 김홍일 변호사를 각각 지명하고, 정부 부처 차관급 인사 13명도 교체해 취임 1년 만에 사실상 첫 개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날 인사를 발표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후보자 세 명의 ‘역량’을 키워드로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김 실장은 ‘안보 역량을 견고하게 구축할 최적임자’(신원식), ‘정책 역량을 갖춘 분’(유인촌), ‘경험이 다양하고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김행)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장관 3명은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분석된다.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과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사태, 평소 업무 능력 미진 등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문책성 인사라고 하는데 1년 4개월쯤 장관직을 했고, 보통 이 정도면 과거에도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음에도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준 악재를 털어내고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이번 개각에 ‘선 사의, 후 개각’ 방식을 택한 점도 주목을 끈다. 개각 대상이 된 3개 부처 전임 장관은 사전에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 부처는 새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는 야권의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 움직임에 대응하는 한편, 향후 청문회 등으로 임명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해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각을 통해 이른바 ‘전투력’이 입증된 강경파 장관들이 국정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야당 일각에서는 ‘제2의 한동훈(법무부)’ 출현으로 야당과의 대립각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 후보자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옮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유 후보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국회에서 야당이나 언론과 강하게 맞붙은 전례가 있다.

여당은 개각에 대해 “국민을 위해 일할 준비와 자세를 갖춘 인물들을 임명해 윤석열 정부 2년차에 다시 한번 앞으로 달려 나갈 채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윤석열 정부 2년 차에 접어든 이 시점에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큰 변혁을 속도감 있게 이끌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 고삐를 당기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대통령으로 향하는 의혹을 잘라내기 위한 꼬리 자르기 개각이자, 이념전사들을 보강해 불통정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오기 인사”라고 평가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수사 은폐 의혹자 국방부 장관에 이어 문체부 장관은 K팝 시대 역행자, 여가부 장관은 대통령 부인의 지인”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내각을 쇄신하라고 했더니 더 문제 있는 인사들만 끌어 모았다”며 “장관들에게 전사가 되라고 했다더니 전사내각을 만들려는 것이냐”고 공세를 취했다. 이어 “불통의 정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오기에 기가 막힌다”며 “대한민국을 시대역행적 반공이념과 공포가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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