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국민 눈높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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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증여세 탈루 등 각종 의혹 분출
국회 인사청문회서 성실한 해명 없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이틀째 진행됐다. 19일 청문회에서 사법부의 독립성 논란, 이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특히 비상장 주식과 자녀 해외계좌 등의 재산신고 누락이 드러나 의원들의 질문이 집중된 바 있다. 20일 청문회에서는 외국에 있는 자녀에게 거액을 송금하고 증여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외에서 취업한 장남이 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이 후보자의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면제받은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청문회 기간 내내 “몰랐다” “죄송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해 후보자로서의 자질에 제기된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했다.

이 후보자가 제출한 공직자 재산신고 액수는 72억여 원 규모다. 역대 대법원장 후보 중 가장 많다는 점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산 형성 과정이 석연치 않다. 특히 서울 강남에 살면서 부산에 있는 농지를 매입한 점이 그러한데, 농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강변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 출신으로서 자신한테만 유독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이런 ‘내로남불’ 사례는 ‘아빠 찬스’ 논란에서도 그대로 엿보인다. 이 후보자의 아들이 과거 로스쿨 학생도 힘든 김앤장 법률사무소 인턴 자리에 학부생으로 들어간 경위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보다는 예의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모습이었다.

이 후보자가 조직의 지도자로서 평점이 낮았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장과 대전고등법원장으로 재직한 4년 동안 법원 구성원들이 참여한 여덟 차례의 ‘법원장 이상 다면평가’ 결과에서 매번 최하위권의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평가 항목에는 관리자 적합성 여부, 재판권 간섭 여부, 대법관 적합성 여부 등이 포함돼 있다. 성범죄 재판에서 성범죄 혐의 피고인에 대해 잇따라 감형 판결을 내린 것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다. “피해자가 먼저 접근했다”거나 “피고인에게 교화의 여지가 있다”는 게 이 후보자의 논리인데, 이는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성 인지 감수성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산신고 누락, 농지법 위반, 자녀 증여세 탈루, 역사관 논란, 윤리 의식과 리더십 부족 등 현재 이 후보자에 제기된 의혹과 문제들은 가위 ‘백화점’ 수준이다. 사법부 수장 후보라면 여기에 대해 성실하게 해명하고 분명한 입장과 사실관계를 밝혀야 마땅한데, 국민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 실망스럽다. 대법원장은 엄정한 판단으로 사법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가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후보자가 이번 청문회에서 중대한 결격 사유 없는 대법원장 적임자임을 제대로 입증했는지는 의문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법부 수장 후보자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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