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우 속수무책 도심 하천, 안심하고 산책하겠나
온천·학장천 범람에 인명 피해 잇따라
안전 매뉴얼 강화·대피 시설 확충 시급
지난 20일 부산 금정구 온천천에서 급격히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50대 여성이 사흘 만인 23일 하류인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 수영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올 7월 11일 사상구 학장천에서 시민 3명이 폭우로 수위가 갑자기 높아진 강물에 고립됐다가 이 중 60대 여성이 떠내려가 실종된 사고 이후 두 번째 인명 피해다. 두 사고는 도심 하천을 산책하던 시민들이 짧은 시간에 급속히 범람한 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해 희생됐다는 점에서 판박이 재난으로 지적된다. 산책로와 각종 운동 시설이 잘 조성돼 있어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도심 하천이 불시에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만큼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온천천과 학장천 사고는 도심에 산재한 하천의 수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집중호우 시 관할 지자체의 진출입 통제가 들쑥날쑥한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학장천 실종 사고는 출입 통제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생긴 참변이었다는 평가다. 당시 학장천은 폭우로 수위가 불과 30분 만에 1m 높이에 도달해 물바다로 변했으나 사고가 일어난 지 20분 뒤에야 산책로 통제가 내려졌다. 온천천의 경우 관할 구청이 물이 불어나자 사고 발생 10여 분 전에 관내 39개 온천천 출입로 모두 차단기를 내리는 바람에 50대 여성이 천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차원의 하천 안전관리 매뉴얼과 상황에 맞는 통제와 대처가 필요함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번 온천천 사고를 계기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산책객이 스스로 하천에서 나올 수 있는 안전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하천의 수변공간이 폭우에 속수무책인 상태로는 마음 놓고 산책하기가 겁이 나서다. 온천천 사고 지점 인근 CCTV를 보면, 50대 여성은 산책로를 급히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출입로에 내려진 차단기에 막혀 다른 길을 찾는 모습이 나온다. 게다가 온천천 주변은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직각형 콘크리트 벽이 많아 비상 대피가 어려운 구조다. 하천 전수 조사를 통해 시민이 몰리고 비가 올 때마다 빠르게 범람하는 곳을 파악해 대피용 사다리와 계단을 설치해야 마땅하다.
지난달 22일부터 한 달 동안 부산의 누적 강수량은 419mm로 최근 30년간 평균치의 배가 넘는다. 이는 이상기후 탓에 물 폭탄 같은 ‘극한 호우’의 정도와 빈도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상 예측을 뛰어넘는 게릴라성 폭우가 잦아진 데 대비한 지자체의 재난 매뉴얼 강화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시가 구·군과 함께 하천별 관리 대책과 산책로 통제 기준을 명확히 해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도심 하천은 웰빙 시대에 시민의 이용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공공장소다. 온천·학장천의 인명 사고처럼 원시적인 재해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피 시설을 확충하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