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안 침식 우려 심각한 부산, 안전 대책 급하다
부산·울산 전국 1·2위로 위기감
국토 보전 차원 근본 대책 세워야
부산·울산의 해변 침식이 심각하다고 한다.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제출한 ‘침식등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360개 연안 중 161개(44.7%)의 연안 침식이 심각한 상태로 확인됐다. 부산은 지역 내 해변 가운데 우려나 심각 단계 침식이 발생한 비율을 뜻하는 ‘우심률’은 88.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부산은 일광 해변이 유일하게 ‘보통’ 단계이고 송정 해변은 ‘심각’ 단계라고 한다. 나머지 7개 해변은 모두 ‘우려’ 단계다. 울산도 우심률이 60%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실제로 밀물 때 너울성 파도로 해안도로 가까이까지 바닷물이 넘실거리는 현상을 보노라면, 부산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언젠가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정도다.
이는 전국 상당수 해수욕장의 공통된 현상이지만, 유독 부산과 울산 등 대도시의 연안 침식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사실은 연안 난개발에 기인한다. 연안에 도로와 고층 아파트를 마구잡이로 건립하면서 해안선의 구조와 바람의 방향을 인위적으로 바꿔 연안 침식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연안 침식이 천재가 아니라, 인재라는 이야기다. 여기다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강력한 에너지가 담긴 너울성 파도와 태풍이 잦아지고, 폭우와 해수면 상승 등으로 연안 침식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연안 침식은 해안 절벽이나 해안도로 붕괴 위험을 증가시키고, 해안 주민은 해일이나 풍랑 등 자연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돼 생존까지 위협한다.
더 큰 문제는 중앙정부가 해안 침식이 국가적 중대사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올해 연안 정비 예산을 당초 계획에 비해 10% 이상 축소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제3차 연안정비기본계획(2020~2029년)에 따라 침식 정도가 심해 ‘우려와 심각’ 등급을 받은 국가 시행 연안정비 34개 지구 중 18개 지구(52.9%)는 미시행(8지구·23.5%)이거나 설계 중(10지구·29.4%)으로 아직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다. 결국 가뜩이나 부족한 해안 침식 방지 대책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해안 침식을 국토 보전이란 국가적 이슈로 부각해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긴밀한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연안 침식 문제를 더 이상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대체 불가능한 자연 유산인 해변 생태계와 관광 자원을 지키는 것과 함께 재해 예방과 국토 보전의 의미가 크다. 침식 원인에 대한 상시적인 모니터링과 복구 시스템 등 장기적·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 등 중앙정부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재해 위험이 큰 연안을 중심으로 연안 정비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해양 관광과 생태계 등 지속가능한 해안 도시 부산을 위해서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도시의 자랑인 아름다운 해안을 지키는 것은 현세대의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