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 면접 미끼 성폭력 가해자 강간치사 적용을”
시민단체 엄벌 촉구·대책위 구성
성폭행 목적 구직자 유인 후 협박
강간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 있어
혐의 최소 강간치상으로 높여야
탈출 막은 업주 2명 공범 규명을
부산 스터디카페 면접 미끼 성폭력 사건(부산일보 9월 6일 자 1면 등 보도)과 관련해 시민사회가 대책위를 구성하고, 피의자들에 대한 엄벌과 공범 관계 규명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특히 가해자들이 사실상 성폭행을 목적으로 구직자들을 유인하거나 이를 방관했다며 최소한 ‘강간치상’ 혐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은 26일 가칭 ‘알바사이트 성폭력피해사건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긴급 성명 발표에 나선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부산여성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부산여성단체연합, 청소년상담센터 등은 25일 오후 부산지검 서부지청에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26일 오전 ‘알바사이트 성폭력피해사건 대책위원회’(가칭)를 발족하고 긴급 성명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대책위는 의견서를 통해 현재 구속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적용된 혐의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대신, 특수강간치사 내지는 특수강간치상으로 조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업안정법 위반 혐의를 받아 불구속 송치된 업주 2명에 대해서도 성범죄에 관여한 혐의가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를 통해 A 씨는 이달 초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직업안정법 위반·성매매 알선 등 혐의를 받아 구속 송치됐다.
대책위는 “다른 남성 두 명이 피해자가 도망갈 수 없도록 하는 상황에서 성폭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피의자와 키스방 운영자들 간 금전적인 거래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범 관계로 보지 않았다. (이들은) 법망을 피해 가는 방법으로 거래했을 것이고, 당시 피해자가 도망갈 수 없도록 현장을 지키고 있었던 상황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졌다면 공범 관계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의 사망과 강간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한 뒤 성병을 진단 받았고, 이후 극단 선택에 이르는 과정이 법률적으로도 인과성이 있다는 것이다.
밀폐된 공간으로 유인돼 매우 강압적인 상황에서 성폭력이 벌어진 것을 고려하면, 가해자의 강요는 위력을 넘어선 협박이라는 게 대책위의 결론이다. 피의자가 조폭 등을 동원해 가족에게 해를 입힐 것을 생전 피해자가 걱정한 점 등 협박의 정황도 있다.
최근 법원 판례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1일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에서 폭행과 협박의 기준을 기존의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가 아닌,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책위는 성폭력 뒤 피해자들에게 돈을 건넨 행위도 범죄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사기관들 역시 범행 뒤 피해자들에게 돈을 건넨 것을, 피해자가 ‘합의하에 벌어진 일’이라고 왜곡되게 상황을 인식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는 “피해자들은 돈을 받은 것 때문에 신고를 하는 것이 소용없다는 생각을 한 경우도 많았을 것”이라며 “피의자들은 그런 점을 이용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들은 범죄가 발각되면 최소한의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짜놓은 듯 행동하면서 법망을 피해가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사건의 심각성과 달리 구속조차 되지 않은 공범이 존재하고, 가해자의 혐의 또한 현저히 약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재차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자칫 아무도 모르게 덮어질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며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 피해자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아직 피해를 말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피의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로 피해를 회복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