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 곳 없는 중증장애인,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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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보호시설 등 태부족, 대기자 수두룩
시설·근무 인력 확충, 지자체 관심 절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크게 부족해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지역 한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의 체육 수업 장면. 부산일보DB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크게 부족해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지역 한 장애인주간보호시설의 체육 수업 장면. 부산일보DB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크게 부족해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증장애인을 맡길 만한 곳은 벌써 이용자가 가득 차 추가 수용의 여력이 없고, 결국 이들의 돌봄은 사회복지 체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가족들의 몫이 되고 있다. 중증장애인 시설의 부족은 전국적인 문제이지만, 특히 부산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한다. 부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부산대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부산지역의 장애인 시설 정원은 4409명에 불과했다. 19~60세의 중증장애인 약 2만 9000명의 15% 수준이다. 나머지는 말 그대로 각자도생해야 할 처지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이들을 위한 전문 시설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해결책은 오직 가족들밖에 없다. 가족 중에 누군가는 하루 종일 중증장애인을 돌보아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당연히 장애인 시설을 수소문해 보지만, 부산지역의 거의 모든 시설은 포화 상태다. 가정과 같은 주거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선호하는 주간보호시설의 경우는 대기자만 해도 225명에 달한다고 하니, 언제쯤 자기 차례가 돌아올지 기약할 수가 없다. 부산의 시설 정원이 크게 부족한 탓이다. 부산보다 인구가 100만 명이나 적은 대구시도 시설 정원이 4000여 명이나 된다. 부산의 열악한 현실이 안타깝고 아쉽다.

중증장애인 시설 부족으로 인한 돌봄 부담이 가족의 몫이 되면서 이들 역시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다. 부모 중 한 명은 생업을 접고 집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돌봐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육체적인 부담 외에 사회생활 제약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고통을 더한다. 수용 여력이 포화 상태인 장애인 시설의 종사자들도 인력 부족으로 업무 가중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의 시설 근무자 1명이 보통 5명의 장애인을 돌보고 있는데, 정부의 권장 기준인 1인당 3명을 크게 웃돈다. 추가 여력이 있을 턱이 없다. 늘 포화 상태인 시설이 휴가 등으로 근무자가 한 명이라도 빠지면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증장애인들이 전문 시설마저 제때 이용하지 못하고, 나중엔 가족의 돌봄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해 방치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보호자들은 중증장애인이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입소 거부와 제한을 꼽는다. 반면 시설 종사자들은 극심한 인력 부족을 호소한다. 두 문제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시설과 근무 인력을 늘리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현장과 협의를 통해 소규모 시설 확충이라도 우선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찾아야 한다. 예산의 어려움이 있겠으나, 언제까지 방치할 일이 아님은 시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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