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파루키 감독 “일기 쓰듯 찍은 영화에 내 인생 아픔과 기쁨 담아”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자서전 비슷한 것’ 파루키 감독

11년 전 폐막작으로 BIFF 인연
방글라데시 대표 감독의 신작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파루키 감독(가운데). BIFF 제공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파루키 감독(가운데). BIFF 제공

“제 인생의 기쁨과 아픔을 담은 영화입니다. 개인적인 일이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글라데시를 대표하는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그렸다고 했다.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이 신작 ‘자서전 비슷한 것’으로 부산에 돌아왔다. 2012년 폐막작 ‘텔레비전’ 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인연이 깊은 그와 지난 11일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파루키 감독은 “이번 영화는 개인적인 삶과 현실을 충실하게 보여줄 뿐”이라며 “일부러 누군가를 비판하려 하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힘 있는 사람에게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는 장면이 있다”며 “모든 이야기가 긴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고 일기를 쓰는 듯한 느낌”이라고 밝혔다. 올해 BIFF 경쟁 부문 ‘지석’에 진출한 작품은 부산에서 최초로 공개됐다.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자서전 비슷한 것’ 감독과 배우, PD. BIFF 제공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자서전 비슷한 것’ 감독과 배우, PD. BIFF 제공

영화는 수도 다카에 사는 영화감독 파르한과 배우 티티 부부 이야기를 그린다.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무슬림 사회에서 자식이 없다고 비판받은 그들은 10년 만에 아이를 가진다. 임신한 티티가 소리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자 파르한은 여당 대표 아들의 파티장을 찾는다. 폭죽 소리에 항의하던 그는 감금을 당하고, SNS로 여당 대표를 7차례 비판한 사실이 드러난다. 파르한은 폭행 누명을 쓰고, 아이를 위해 결국 권력에 굴복한다.

파루키 감독과 부인인 누스랏 임로세 티샤 배우가 영화에 직접 출연했다. 허구를 가미하면서도 자전적인 이야기를 연기했다. 영화에서 갓 태어난 부부의 아이에게 간호사가 ‘왜 이렇게 까맣지, 스타 자식인데 안 예쁘네’라고 말하는 대사는 실제 경험을 반영했다. 파루키 감독은 “방글라데시는 피부색으로 계급을 나누려는 분위기가 있다”며 “어두울 수록 차별을 받아 삶이 힘들어진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했지만, 부인이 비슷한 말을 많이 들으며 살게 될 테니 영화에 담자고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자서전 비슷한 것’ 파루키 감독. BIFF 제공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자서전 비슷한 것’ 파루키 감독. BIFF 제공

감독은 영화 속 장면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정답을 제시하지 않기도 했다. 파르한이 경비원 폭행으로 누명을 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는 “폭죽 소리에 항의하러 간 파르한이 실제로 경비원을 때렸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은 건 사실”이라 했다. 파루키 감독은 “요즘 세상에는 진실이 있어도 SNS 등에서 다양하게 해석하는 문제가 있다”며 “관객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파루키는 당국이 전작을 상영 금지한 이후 많은 삶의 변화를 겪은 감독이다. 2019년 BIFF에서 상영한 ‘새터데이 애프터눈’은 아직 방글라데시에서 개봉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9일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영화를 만든 후 5년 동안 힘들었다”며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곳에서 살면 많은 일을 겪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촬영 장소 허가를 받는 분이 불이익이 두려워 주저하기도 했다”면서도 “제 삶을 어렵게 만들긴 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만들며 삶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자서전 비슷한 것’ 누스랏 임로세 티샤 배우(왼쪽에서 세 번째). BIFF 제공 지난 8일 부산국제영화제(BIFF) 관객과의 대화(GV)에 참석한 ‘자서전 비슷한 것’ 누스랏 임로세 티샤 배우(왼쪽에서 세 번째). BIFF 제공

파루키 감독에게 부산은 각별한 도시다. 고 김지석 BIFF 수석 프로그래머와도 인연이 깊다. 폐막식까지 부산에 머물 그는 “부산과 BIFF는 아시아 영화의 중심지”라며 “촉망받는 많은 아시아 영화인이 부산에서 경력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20개월 된 딸이 해운대 해변을 즐기고 있어 행복하다”며 “부산에 오니 집에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