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서구청장 보선’ 민의 받들어 정치개혁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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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서로의 운명 건 총력전 성격
정쟁 아닌 민생 우선하는 정치 돼야

11일 포즈를 취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자(가운데). 연합뉴스 11일 포즈를 취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자(가운데). 연합뉴스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7%포인트(P)라는 큰 격차로 완패했다. 이번 선거는 일개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그것도 임기 중간의 보궐선거였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진다. 구청장 후보 사이 대결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집권여당과 제1 야당의 대결로 판이 커졌고, 내년 총선을 6개월 여 앞둔 여야가 서로의 운명을 걸고 당력을 총동원하는 전면전으로 치렀던 것이다. 결국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난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작금의 우리 정치권에 엄중한 과제를 안겼다고 봐야 한다.

우선, 야권만이 아니라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의 원인 제공자였다. 지난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잃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런 김 후보를 굳이 사면·복권시켜 출마의 길을 터줬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김 후보를 내세운 데에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그런 김 후보가 참패했다는 것은 다수의 민심이 윤 대통령을 배척한 것에 다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그동안 보였던 자신의 국정운영 기조가 민의에 반하는 건 아니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책무와 위상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 이후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에게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은 귀책사유가 있는 이는 후보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당규를 무시한 채 김 후보를 공천했다. 민심보다 대통령의 의중을 더 중시하다 참패했으니 그 모습이 초라하다. 대등한 당정관계 정립이 시급하다 하겠다. 민주당 역시 쇄신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이번 승리가 스스로 잘해서 얻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표 1인 독주 체제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진 만큼 자만하지 말고 국민 여론에 겸손히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작 구청장 한 사람 뽑는 작은 선거였을 뿐”이라며 이번 선거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일각의 시도는 어리석은 짓이다. 여느 선거가 그러했듯이 이번 선거도 민심의 무서움을 여실히 증명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으며, 민의를 저버릴 때는 그 어떤 인물과 정치체라도 냉정한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따라서 윤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를 국정운영의 잘못된 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며, 여야는 여야대로 정쟁 대신 앞다퉈 국민 삶을 챙기는 환골탈태의 각오를 보여 줘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된, 국정쇄신과 정치개혁을 서두르라는 국민의 명령을 정치권은 살펴 받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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