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세계해양포럼과 제러미 리프킨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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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충 해양산업국장·한국해양산업협회 사무총장

‘지구는 푸른빛’이라는 말은 인류 최초의 우주인인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내뱉은 말로 유명하다. 그가 목격한 푸른빛이 무엇인가를 두고 논란이 종종 생기는데, 그때마다 해양인은 녹음이 우거진 육지가 아니라 바다라고 주장하며 해양에 삶터를 둔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낸다. ‘지구’가 아니라 ‘수구’라는 주장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지구 표면의 4분의 3이 바다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세계해양포럼(WOF)이 올해 17년을 맞았다. 해운항만, 조선, 수산, 해양과학 등 모두 14개 세션으로 구성한 해양 지식 축제가 오는 24∼26일 부산에서 열린다. 대주제 ‘블루테크노미’는 세계해양포럼이 처음 제안하는 신조어로, 해양(블루), 기술(테크), 경제(이코노미)를 각각 상징한다. 이 가운데 청색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블루’는 해양과 함께 ‘깨끗한 지구환경’을 가리킨다. 해양이 곧 지구환경 보호의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푸른빛의 지구’ 언제까지 가능할까

WOF에 세계 석학들 줄줄이 참석

지구·해양 미래 묻고 답하는 시간

부산 시민 관심과 참여 가장 중요

각종 자연재해가 육지에서 발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인간이 육지에 살고 있는 데서 일어나는 일종의 착시다. 육지의 모든 자연재해는 해양에서 그 원인과 이유를 찾아야 한다. 행동주의 철학자, 진보 경제학자, 미래학자로 다양하게 소구되는 제러미 리프킨을 제17회 세계해양포럼 기조 강연자로 초청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세계해양포럼 사무국과의 첫 온라인 만남에서 초청의 수락 사유로 ‘해양’을 예시했다. 그는 저서 〈회복력 시대〉 이후 새로운 세상을 여는 키워드로 ‘물’에 관심을 뒀는데, 해양을 주제로 매년 열리고 있는 세계해양포럼의 초청이 반가웠다고 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저자다. 출간한 23권 중 대부분 책이 국내에도 번역됐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육식의 종말〉, 〈엔트로피〉 등은 펴낸 지 오래됐지만 여전히 주요 대학의 추천 도서 목록에 올라 있고, 지난해 말 국내 출간된 〈회복력 시대〉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국가 지도자와 글로벌 기업인들로부터 만남을 요청받고 있다. 그는 세계해양포럼에 앞서 지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부산월드엑스포 심포지엄’에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지지하면서 부산 시민에게 성큼 더 다가왔다.

그는 세계해양포럼 공동 주최자인 〈부산일보〉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도 “세계해양포럼이 더 많은 국가와 함께 글로벌 해양 문제를 다루기를 기대한다”면서 세계해양포럼의 위상과 역할을 우회적으로 높이 평가했다.

세계해양포럼 사무국은 이를 계기로 예전에 없던 이벤트를 진행했다. 제러미 리프킨에게 직접 질문할 기회를 제공하는 대시민 온라인 이벤트다. 개막 전까지 질문을 보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접수된 것만으로도 미래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궁금해하고 관련 지식에 목말라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중국에서 폐기한 알루미늄 스크랩(폐자재)을 수입해서 재생 원료로 바꿔 수출하는 한 기업인은 제러미 리프킨의 명저 〈엔트로피〉의 애독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지구의 재생 불가능 자원의 한계를 물었다. 또 항해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은 졸업 후 LNG선박을 운항하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LNG의 미래가 궁금하다고 했다. 자신이 곧 선택할 직업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일 테다.

인공지능(AI), 노동력 감축, 출산, 블루푸드, 해양환경, 해상도시, 미·중 패권전쟁, 초고령사회를 소재로 한 질문도 많았다. 우리가 얼마나 깊고 깊은 미지의 세계로 항해하고 있는지를 시민들이 보낸 질의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동시에 크다는 방증이 아닐까. 어떤 시민은 ‘챗지피티(GPT)’와 같은 오픈AI로부터 받은 답변을 소개하면서 제러미 리프킨의 생각과 직접 비교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더욱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 에너지 대전환도 이제 특별한 화두가 아니다. 세계해양포럼은 부산에서 열리는 가장 규모가 큰 해양지식 축제다. 모든 지식에 대해 답할 수는 없지만 집단지성의 논의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에는 제러미 리프킨 말고도 주목할 명사, 세계적인 석학, 전문가가 많다. 더 많은 미래를 위해, 더 큰 바다를 위해서 지혜를 모으고 지식을 결합하는 시간을 기대한다.

세계해양포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등록 마감도 임박했다. 우리 미래를 묻고 답하는 축제에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지구는 푸른빛’이라는 우주의 외침이 새삼 더 와닿는 시대다.

choong@busan.com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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