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능성 보인 공연예술마켓, 부산의 색깔 입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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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공연예술 도시의 꿈
지역 문화계 합심해서 이뤄 내야

16일 BPAM 폐막작으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 전미숙무용단의 'BOW' 커튼콜 장면. 부산일보DB 16일 BPAM 폐막작으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 전미숙무용단의 'BOW' 커튼콜 장면. 부산일보DB

부산 극단 ‘따뜻한사람’의 연극 ‘컨테이너’가 동유럽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인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와 루마니아 마린 소레스코 국립극장의 동시 초청을 받았다. 영국 아이러브스테이지는 대본 라이센스 계약으로 2025년 유럽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부산 예술단체의 해외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부산시 주최·부산문화재단 주관으로 13~16일 부산시민회관 일대에서 열린 제1회 2023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의 값진 결실이다. 이번 공연마켓에는 무용, 음악, 연극, 마술, 코미디, 거리예술 등 모두 92개 작품을 선보였고, 1만 8000여 명의 관람객이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물론 처음 하는 국제공연행사이다 보니 콘텐츠가 방향성을 명확히 하지 못하기도 하고, 경험 부족으로 인한 작은 실수도 있었다. 공연장 크기도 지적을 받았다. 대부분 쇼케이스 공연이었는데 1000석이 넘는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무대는 부담스럽게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객석 수가 너무 많으면 썰렁한 분위기는 물론이고 예술가와 관객이 에너지를 주고받기가 어렵다. 그래서인지 외국 공연 관계자들로부터 시민 호응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부산 지역 예술가는 물론이고 시민들의 참여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산이 새로운 형태의 공연예술 행사를 만들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이 자부할 만하다.

전통 있는 축제와 멋진 공연이 열리는 도시는 누구나 가 보고 싶어 한다. 부산이 공연예술 축제로 이름난 에든버러나 아비뇽같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런던 같은 도시는 공항·항구·철도 역사에 도착하면 각종 축제나 공연 관련 브로슈어나 리플렛이 즐비한데, 부산역이나 김해공항에 도착하면 부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라는 신생아는 아직 첫걸음을 뗀 데 불과하다. 공연예술마켓에 부산만의 색깔을 잘 입혀야 한다. 부산시, 부산문화재단, 지역 문화계는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다.

우선은 조직 재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올해는 행사를 치르기 위해 부산문화재단이 고생을 많이 했다. 앞으로 조직위원회를 별도로 꾸려야 할지, 이 체제 그대로 지속할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내년에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을 승계·확장해서 ‘부산K-아트페스티벌’(가칭)을 개최할 예정이라 통합 여부도 논의해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실감하듯이 비전만큼이나 이를 실현한 재정 확보도 필수적이다. 지역 예술인이 세계로 진출하는 기회가 되고, 전 세계 예술인이 부산에 와서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그 자체가 시민에겐 축제가 되는 행사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아시아 최대 공연예술 도시 부산’의 꿈을 꼭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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