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 국채 금리 5% 눈앞, 충격 최소화 정책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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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고물가·부채 폭탄 등 위기
본격적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국은행이 지난 2·4·5·7·8월에 이어 19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묶었다. 이로인해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이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2·4·5·7·8월에 이어 19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묶었다. 이로인해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2%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태이다. 연합뉴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4.94%로 뛰었다. 4.9% 선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수요가 늘어난 까닭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할 수 있다”며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를 경고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고금리 장기화 기조를 시사하면서 현재 5.25∼5.5%인 미국 기준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기준금리를 3.5%로 6회 연속 동결했다. 역대 최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 급증하는 가계부채와 원/달러 환율 상승세, 고물가 등 금리 인상 요인은 수두룩했지만, 더딘 경기 회복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커진 경제 불확실성이 금리 동결 쪽으로 기운 배경이다. 한은으로서는 추가 금리 인상 여지는 남겼지만, 수출·소비 부진과 대출 부실 위험 등을 감수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고심이 엿보인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기준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경제 위기에 맞닥뜨린 상태이다. ‘민간부채 폭탄’과 ‘중동발 물가 상승’ 경고음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 9000억 원 증가한 1079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고 한다. 은행 기업대출도 지난달 11조 3000억 원 늘면서 1238조 2000억 원으로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여기에 2분기 가구당 실질 소득은 1년 전보다 3.9%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더 오르면 이자 부담으로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부실 대출 폭탄이 터질 위험성이 크다. 중동 사태가 확대될 경우 유가 상승 등 물가 인상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고물가·고금리·저성장’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재정·통화·금융 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본격적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장기 불황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 정책과 함께 재정 역할 확대를 통해 경기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서민 고통을 완화하고 금융 부실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위기설까지 나도는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대출 원리금 분할 납부와 사회안전망 차원의 서민 지원 등 맞춤형 대응도 절실하다. 가계와 기업은 과거 저금리 시대의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 부채부터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쟁에만 혈안인 정치권도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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