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민생’ ‘혁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라
‘총선 의식한 시늉’ 의심 해소 필요
국민 체감할 수 있는 변화 보여야
정치권에서 민생과 혁신이 새삼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집권 여당으로서 정쟁 중단과 민생 보듬기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한껏 몸을 낮추며 기존의 독선 이미지 지우기에 나선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도 23일 이재명 대표의 당무 복귀를 기점으로 민생과 혁신을 아우르는 전략적 행보를 예고했다. 정치권이 이처럼 한목소리로 민생과 혁신을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국민의 귀에는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그동안 민생 따위는 나 몰라라 하다가 총선이 다가오자 여론에 떠밀려 짐짓 시늉만 내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민생을 파고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반국가세력” 운운하며 비판을 용납하지 않던 윤 대통령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발언이다. 여하튼 자신의 국정운영 방식에 나름 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쉬운 건 야당과의 협치에 별다른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진정 민생을 중시한다면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잇따른 부적절한 인사에 대한 반성도 없다. 낙하산임을 떠벌리며 부산을 촌동네로 비하한 이재환 한국관광공사 부사장이 그 예다. 2030부산엑스포 유치에 앞장서 뛰어야 하는 직책을 그런 인사에게 맡기는 건 결코 온당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민생 정책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며 전국의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대선공작 게이트 조사단’ 같은 당내 각종 TF도 대폭 정리하기로 했다. 국정에서의 성과로 국민에게 호소하는 게 집권 여당의 본래적 모습이고 보면 긍정적인 조치라 하겠다. 하지만 균형 잡힌 당정관계 정립 없이는 이런 조치들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 과감한 혁신을 통해 홀로 서는 집권여당의 면모를 갖춰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당무 복귀를 앞두고 민생 현안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선언했다. 민주당이 과거 ‘돈봉투 의혹’ 같은 국민적 불신을 어떻게 극복하고 민생 행보로 나아갈지 지켜볼 일이다.
윤 대통령과 여야 모두 민생과 혁신을 다짐하지만, 정치권에서 그런 다짐의 말은 오래전부터 반복돼 온 바다. 자칫 민생과 혁신이라는 주제까지 정쟁의 소재로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할 정도로 국민적 기대치는 낮다고 할 수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구현된다. 작더라도 우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부터 보여 줘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인사 등 국정 운영에 획기적인 혁신을 실현하고, 여야는 민생 챙기는 데 서로 진정으로 협조를 구하고 응하는 모습이 그런 변화에 부합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여야든 이번에도 말의 성찬으로 끝난다면 국민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