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수술 도입하며 시간 줄이고 안전 높여” [명의와 함께하는 휴&락]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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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김해유 해운대백병원 교수 ‘뇌전증’

원인에 따라 다양한 발작 유발
대부분의 경우 약물로 조절 가능
유발 원인 제거하는 수술도 시행
과거 비해 수술 위험도 많이 감소
발작 조절 통해 무난한 일상 생활
숙면·스트레스 관리 등으로 예방

뇌전증은 유전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약물로 70%가량 치료되지만 해결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해운대구 문탠로드를 걷고 있는 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김해유(왼쪽) 교수. 뇌전증은 유전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약물로 70%가량 치료되지만 해결되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해운대구 문탠로드를 걷고 있는 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김해유(왼쪽) 교수.

뇌전증은 인간의 뇌가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에 의해 신경세포가 흥분상태에 놓이면서 발작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흔히 간질이라는 병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회적 편견을 담고 있어 지금은 뇌전증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명의와 함께하는 휴&락’ 3편에서는 뇌전증의 증상과 치료법에 대한 설명을 해운대백병원 신경외과 김해유 교수로부터 들어 봤다. 인터뷰는 부산 8경 중의 하나인 해운대구 달맞이고개 아래 숲길에 조성된 문탠로드에서 진행했다.


-뇌전증은 왜 생기나.

“뇌전증의 원인에 따라 선천적, 후천적으로 나눌 수 있다. 후천적 원인은 외상, 종양성 질환, 혈관성 질환, 염증성 질환, 내과적인 질환 등이다. 그 외에 원인을 규명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다만 신경세포에 영향을 주고 과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모두 원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뇌전증은 뇌의 어떤 부분에서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나.

“그렇다. 뇌전증이 시작되는 뇌의 부위에 따라 그것에 해당하는 신체 일부분이 떨림이 나타나거나 강직이 나타날 수 있다. 언어 기능에 해당하는 뇌의 부위에 발생하면 이상한 말을 하거나 말을 못하게 되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전신 발작의 형태로 나타나면 의식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어서 온몸에 강직, 떨림, 혹은 복합된 형태의 증상이 일어난다. 이 외에도 웃음 발작, 일시적인 멍때림을 일으키는 결여 발작 등이 있는데 옆에서 눈치를 채지 못하기도 한다.”

-뇌전증도 유전이 되나.

“유전이 되는 특정질환이 원인인 경우에만 유전이 된다. 뇌전증 전체에서 아주 극소수다. 원인이 유전적인 것이 아니면 뇌전증 자체는 유전이 되는 질환이 아니다.”

-뇌전증을 진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뇌전증 환자는 본인이 기억을 못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환자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또 주변 사람들도 간헐적으로 증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눈치를 채지 못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의심이 들 때는 자세한 병력 청취를 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병원에서 진행되는 기본 검사는 MRI, 뇌파, PET 혹은 SPECT 등이다. 이러한 검사들에서 증상과 상응하는 소견이 나오면 뇌전증이 확진된다.”

-어떤 단계를 거쳐 치료를 진행하나.

“뇌전증을 유발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근본 치료가 쉽게 이뤄지지 않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그동안에 발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발작의 조절은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70% 이상의 발작은 약물 치료로 조절이 가능하다. 2년 이상 약물 치료를 해도 완전히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라고 한다.”

뇌파검사를 진행하는 김 교수. 뇌파검사를 진행하는 김 교수.

-뇌전증도 수술하나.

“약물 난치성 뇌전증이거나 약물 치료보다 수술이 이득이 크면 수술로 뇌전증을 치료한다. 뇌전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수술로 완전히 제거 가능한 경우에 시행하는 것이 근치적 뇌전증 수술이다. 대표적으로 측두엽 뇌전증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 외에 발작의 빈도를 줄이거나 발작의 전파를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뇌량 절제술, 신경조절 수술 등이 있다.”

-뇌를 열고 개두술을 시행하게 되는데 수술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물론 수술의 위험이 다소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 많이 낮아졌다. 측두엽 뇌전증 수술로 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위험도는 수술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1~4%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그에 비해 신경조절 수술의 경우는 1% 미만으로 상당히 안전하다.”

-해운대백병원에서 도입할 예정인 뇌전증 수술 로봇은 어떤 건가.

“뇌파검사를 위해 뇌에 전극을 삽입하거나 신경조절 장치를 삽입할 때 로봇을 이용한다. 여러 개의 전극을 수동으로 삽입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아주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로봇을 도입하면서 짧은 시간에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뇌전증 수술 로봇 지원 사업에 선정돼 연내에 비수도권에서 처음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뇌전증 환자도 일반인처럼 운전을 하거나 일을 할 수 있나.

“뇌전증은 굉장히 광범위한 원인 질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뇌전증 환자가 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뇌전증 환자도 치료를 잘 받아서 발작이 조절된다면 운전도 하고 일을 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 치료를 받아서 2년 정도 발작 없이 조절된다면 운전과 노동을 할 수 있다고 봐도 된다. 그러므로 원인 검사를 잘하고 그것을 잘 조절한다면 일반인과 같이 생활할 수가 있다.”

-뇌전증 환자는 결혼이나 출산도 고민이 될 텐데.

“모든 환자에게 적용될 수는 없지만 발작의 조절이 가능하다면 결혼, 임신, 출산이 가능하다. 다만 얼마만큼의 치료를 받아서 조절되느냐는 환자마다 차이가 크다. 전문의와 상의를 해서 상세한 조언을 받는 것이 좋겠다.”

-뇌전증 환자의 응급 대처법은.

“뇌전증 환자는 짧게는 수초, 길어도 1~2분 내에 증상이 가라앉는다. 그동안 환자를 안전한 상태로 두는 것이 핵심인데 주변에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눕혀서 안정을 취하게 하면 된다. 토할 수도 있으므로 살짝 옆으로 눕혀서 기도를 확보해 주면 된다.”

-일상생활에서의 뇌전증 예방법은.

“알코올 섭취와 게임기 등에서 나오는 현란한 불빛이 뇌전증 발생 빈도를 높일 수 있다. 평소 숙면을 취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문탠로드 같은 숲길을 걸으면서 여유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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