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선 향해 대오 갖추는 여야, 정치개혁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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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코앞에도 선거구 획정조차 안 돼
국민 신뢰 회복하는 정치로 거듭나야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를 환영하는 의미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익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를 환영하는 의미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3일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인 위원장 주도의 혁신을 통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을 추스르고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다. 같은 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35일간의 단식 회복 과정을 끝내고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 역시 혁신을 강조하며 국민의 기대에 맞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전열을 재정비하고 총선 체제로 본격 돌입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야는 아직 내년 22대 총선을 어떻게 치르겠다는 규칙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혁신을 말하면서도 구태를 벗지 못하는 우리 정치의 민낯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선거제 개편 논의가 총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둔 지금까지 제자리걸음이다. 투표에서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용이하게 해 정치개혁을 이루자는 취지로 시작된 선거제 개편 논의다. 하지만 지난 8월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구성된 ‘2+2 협의체’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비례대표제를 보완하는 선에서 논의는 멈췄다.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폐기해 사실상 후퇴한 개편이라는 비판이 거센데, 그 마저도 세부적으로 양당의 셈법이 달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 상태라면 거대 정당의 잇속만 챙긴 졸속 개편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제 개편이 지지부진하니 선거구 획정 역시 기약하기 어렵다. 총선 1년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라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깡그리 무시됐고, 보다 못한 중앙선관위가 국회에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 달라고 두 차례나 요청했지만 여야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거구가 쪼개지고 합쳐지는 과정에서 정당별로 또 국회의원 개인별로 유불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당장 손해 볼 수 있는 모험은 하기 싫고 미적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심사인지는 모르나, 그러다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시간에 쫓긴 여야가 마구잡이로 재단하다 보면 선거구는 말 그대로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

과거 21대 총선에서 여야는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위성정당 창당이라는 편법으로 우롱했다. 지금 여야의 모습은 그때와 하등 다르지 않다. 총선이 반년도 안 남았는데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 이러다 지난 총선 때보다 더 왜곡된 총선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을 주권자로 여긴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 그래도 ‘4류’라는 비아냥을 듣는 우리 정치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국회의원들이 정치개혁을 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말이 나올까. 조금이라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정치가 되려면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부터 조속히 마무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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