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 중소기업에 기업은행까지 '꺾기' 의심 사례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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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다 갑질 횡포 겹쳐 고충 가중
낡은 관행 털고 불공정 행위 근절해야

IBK기업은행 본점. 연합뉴스 IBK기업은행 본점. 연합뉴스

지역 중소기업들이 오랜 ‘꺾기’ 관행을 앞세운 은행들의 갑질 횡포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국감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꺾기 의심 사례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꺾기 의심 거래가 은행권 최고 규모였다. 이 가운데 전국에서 꺾기 의심 대출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부산이라는 점은 자못 충격적이다. 꺾기 요구는 지방은행과 시중은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은행들이 대출 기관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지역 기업에 불공정 행위를 강요한 것인데, 결코 공적 책임이 있는 기관의 자세가 아니다.

속칭 ‘꺾기’란 은행이 대출해 주는 조건으로 대출자에게 예·적금, 보험 등 다른 금융상품 가입을 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 건수와 금액을 보면 그 맨 꼭대기에 기업은행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4년 반 동안의 거래 현황 수치가 그걸 증명한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본연의 역할인 대출을 판매 미끼로 삼는 게 설립 취지와 어울리는지 의문스럽다. 더군다나 부산·경남 중소기업에 대한 꺾기 의심 대출액이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대목이다. 국내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곳이 경기와 서울 등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 대한 과도한 꺾기 요구가 성행한다는 뜻이고, 비수도권에 대한 엄연한 차별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대출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안에 판매한 금융상품의 월 단위 환산액이 대출액의 1%를 초과할 때 꺾기로 보고 규제한다. 그래서 1개월이라는 조건을 피한 편법적인 방법으로 꺾기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방은행으로 눈을 돌려도 중소기업에 대한 이런 꺾기 관행은 고쳐지지 않은 채 성행하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 6대 지방은행의 꺾기 의심 거래를 보면, 건수는 대구은행이 가장 많았고 금액 규모는 부산은행이 가장 컸다. 지방은행까지 중소기업의 자금난 해소에 보탬을 주기는커녕 수익 창출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비판을 받는 건 당연지사다.

지역 중소기업의 처지는 지금 말이 아니다. 오랜 경기 침체에다 고금리 상황까지 겹쳐 자금 조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시중은행에 비해 저리로 대출해 주는 기업은행의 꺾기 요구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불공정 행위는 금융 당국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근절 방안을 찾는 게 순리다. 기업은행도 ‘꺾기 의심 거래 1위’라는 오명을 벗으려면 그동안의 구태를 탈피하려는 전향적 노력이 필요하다. 중소기업 위기 극복 지원이라는 기본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먼저라는 얘기다. 이는 지방은행, 시중은행에도 두루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낡은 시대의 낡은 관행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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