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대 로스쿨 입학 지역 인재 비중 상향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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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수도권 출신이라 떠나기 일쑤
지방 학생 많이 선발해 정착시킬 필요

부산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김경현 기자 view@ 부산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김경현 기자 view@

2009년 전국 25개 대학에서 출범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어느덧 운영 15년 차를 맞았다. 그동안 연평균 등록금 1000만 원이 넘는 로스쿨에 고소득층과 수도권 대학을 포함한 상위권 대학 출신들만 몰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비수도권 대학 로스쿨의 경우 최근 5년간 전체 신입생 중 무려 81%가량이 수도권 대학 출신이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들이 졸업 후 수도권으로 떠나기 일쑤여서 지역 법률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우려돼서다. 지방대 로스쿨의 해당 지역 인재 선발 비중을 지금보다 좀 더 높이는 방안이 절실하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부산대 로스쿨 신입생의 76.9%는 수도권 대학 졸업생이다. 같은 기간 동아대 로스쿨은 71.1%였다. 수도권 대학 출신 신입생 비중을 비수도권 11개 로스쿨로 넓혀 살펴보면 81.2%로 더 커진다. 수도권 출신 대다수가 연고지로 되돌아가는 만큼 비수도권 법률 시장은 변호사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다른 지방에 비해 사정이 나은 부산 변호사업계조차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올 부산대와 동아대 로스쿨 신입생의 수도권 대학 출신 비율은 각각 81.8%, 75.9%로 매년 증가 추세다. 지역에서 젊고 유능한 변호사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 같은 사태를 염려해 올해 지방대 로스쿨이 정원의 10~20%를 해당 지역 대학 졸업생으로 뽑도록 조치하기는 했다. 하지만 로스쿨 신입생 정원이 부산대 120명, 동아대 80명 등 200명인 부산에서는 겨우 20~40명의 지역 학생만 받을 수 있어 지역 인재 증원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학생들을 수용해 각 분야에 전문화된 법조인을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투입한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지방대 로스쿨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결국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와 지방소멸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수도권 로스쿨의 조기 안착과 지방 법률 시장의 붕괴 방지를 위해서는 합격률 50% 수준에 그치는 현행 변호사 시험의 합격 정원을 손볼 필요가 있다. 로스쿨마다 정부 지원과 우수 신입생 유치의 잣대가 되는 성적표인 합격률을 높일 요량으로 수도권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변호사 시험 합격률과 합격 정원을 늘리는 것을 통해 지방 학생 비중을 상향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졸업생의 국가시험 합격률은 95%가 넘는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최근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킨 정부가 수도권 변호사까지 비수도권에 정착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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