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일 년, 그래서 축제는 안전해졌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재난안전법 처리 지연돼 대책 강화 차질
행사 관리 매뉴얼 수립과 안전의식 절실

가을 행락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꽃 축제 등 다양한 대형 행사가 열리고 있어 만반의 안전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지난해 제17회 부산불꽃축제를 찾은 인파의 일부 모습. 부산일보DB 가을 행락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꽃 축제 등 다양한 대형 행사가 열리고 있어 만반의 안전관리 대책이 요구된다. 사진은 지난해 제17회 부산불꽃축제를 찾은 인파의 일부 모습. 부산일보DB

오는 29일은 15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이다. 10·29 참사는 거리와 골목길에 10만 명이 넘는 핼러윈 축제 인파가 몰렸는데도 지자체와 경찰이 별다른 안전관리 조치에 나서지 않아 대규모 압사 사고로 이어진 후진국형 인재로 규정된다. 참사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도, 총리도, 장관도, 지자체도, 경찰도, 누구 하나 “내 탓이오”라며 책임감 있게 말하는 사람이 없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인 재난안전법 개정안은 내년 4·10 총선을 앞둔 여야 간 극심한 정쟁에 밀려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국민은 늘 불안감을 안고 살면서도 안전의식이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최근 다시 거리로 나섰다고 한다. 지난 16일부터 29일까지를 집중 추모 기간으로 정해 이태원 등지에서 학술대회, 다큐멘터리 시사회 등 추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9일에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예정돼 있다. 명확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데다 국민이 큰 변화를 느낄 만한 안전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이태원 특별법과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조치 의무를 신설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주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행사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와 방안을 담아야 할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 수립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대형 지역 축제가 있을 때마다 임시로 중점 안전관리 기간을 운영하며 지자체와 경찰의 비상 대응책에 의존하고 있는 이유다. 그동안 큰 인명 피해가 생긴 경우가 없어 다행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안전사고가 걱정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달 8일 경남 진주 남강유등축제 개막식에서는 불꽃놀이 인파 속에서 밀치는 현상 같은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는 소식이다. 올 5월 관광객 2만 명을 예상했으나 6만여 명이 몰려 아수라장이 된 경남 함안 낙화놀이도 마찬가지다.

단풍이 고운 가을 행락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꽃 축제를 포함한 다양한 행사가 우후죽순 열리고 있다. 관할 당국의 철저한 안전관리와 함께 참가자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특히 내달 4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선 제18회 부산불꽃축제가 개최된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염원을 담아 전 세계에 부산의 매력과 장점을 보여 주려는 뜻깊은 행사로, 셀 수 없는 인파가 밀집하는 만큼 아무런 사고가 없도록 만반의 안전대책을 갖춰야 할 것이다. 각종 재난 위험성이 높아진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여전히 안전 불감증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까닭이다.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끔 여야의 조속한 법안 처리와 정부의 안전역량 강화를 촉구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