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 럼피스킨병 감염 확산, 부울경 차단에 총력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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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세 지속, 청정 지역 부울경 초비상
미감염 지역 보호 위한 대책 강화 필요

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청정 지역인 부울경에도 방역 초비상이 걸렸다.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온 경기도 김포시의 한 축산 농가 주변 모습. 연합뉴스 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청정 지역인 부울경에도 방역 초비상이 걸렸다.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온 경기도 김포시의 한 축산 농가 주변 모습. 연합뉴스

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청정 지역인 부울경에도 방역 초비상이 걸렸다. 지난 20일 충남 서산의 한우 농장에서 국내 처음 보고된 럼피스킨병 감염은 이후 경기, 충북, 강원을 거쳐 26일엔 전북까지 확산됐다.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6일 오전 8시 현재 확진 사례는 전국 6개 시도에서 총 38건으로, 전날보다 9건이 늘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아직 부울경 지역에는 감염 사례가 없지만, 이미 전북까지 퍼진 점을 감안하면 부울경 역시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특히 이 질병의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2주 정도로 길어 더욱 안심할 수가 없는 상태다.

전국의 축산 농민은 물론 방역 당국이 초긴장하는 이유는 럼피스킨병이 우리로서는 처음 대하는 제1종 가축 전염병이기 때문이다. 1929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생한 이 질병은 2019년 이후 중국, 몽골 등 아시아권에서도 확인됐다. 폐사율은 10% 정도지만, 예전 우리 축산 농가를 초토화시켰던 구제역처럼 전파력이 매우 강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발병하면 유산, 불임 등 현상이 일어나고, 젖소의 경우 우유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막대한 손해를 피하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모기 등 흡혈 곤충이 감염의 매개체라는 사실 외에 정확한 정체나 유입 경로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어 농민들은 더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민이나 당국이나 모두 생소한 질병인 만큼 정부의 총력 대응 선언과 각 지자체의 방역 조처 강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아직 감염 사례가 나오지 않은 경남도도 확산세가 이어지자 가축질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고 대책본부 가동을 포함한 전 행정력 동원을 밝혔다. 지역 내 축산 농가만 1만여 곳으로 전국 11%를 차지하고, 사육 중인 한·육우와 젖소가 36만 마리임을 감안한 조처다. 게다가 경남에는 한국종축개량협회가 인증·선정하는 ‘우량 암소’가 많은데, 특히 합천군의 경우 이 암소 숫자가 전국 최다로 알려져 있다. 질병이 퍼질 경우 경남의 피해 여파가 다른 곳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럼피스킨병이 보고된 충남 서산과의 거리나 국내에서 차지하는 사육 비중을 보더라도 부울경은 끝까지 이 질병의 청정 지역으로 남아야 한다. 이미 감염된 곳의 방역 조처와는 별도로 아직 감염되지 않은 지역에는 더욱 강화된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 31일까지 들여올 400만 마리분 백신의 최대한 빠른 접종과 질병 발생지와의 사육 소 이동금지 조처는 핵심이다. 농가와 당국 간 긴밀한 소통 체계 확립도 매우 긴요하다. 추가 확산 방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떤 조처라도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 자칫 질병 관리에 실패해 사육 농가의 파산, 쇠고기 가격 폭등과 같은 일이 또 되풀이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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