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급증하는데 외사계 폐지한다는 경찰청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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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 통합 조직 개편에 술렁
울산 20명 → 4명 대폭 감축 예상
제조업 밀집해 외노자 증가세
외국인 커뮤니티서도 우려 제기

울산경찰청 전경. 부산일보DB 울산경찰청 전경. 부산일보DB

경찰청이 전국 시도 경찰청의 외국인 전담 부서인 외사계 폐지 방안을 추진하자, 울산에서 시대역행적 발상이란 비판이 거세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는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인 탁상행정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치안현장 강화를 명분으로 외사 부서를 폐지하고 정보과로 통합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외사계 경찰관들은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소통하고 민원 업무와 정착 지원, 범죄 예방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울산에는 울산경찰청 외사계에 5명, 지역 5개 경찰서 외사계에 각 3명씩 15명 등 총 20명이 외사 업무를 맡고 있다.

경찰청 조직 개편안이 시행되면 기존 울산청 외사계는 울산청 광역정보과 내 외사정보기능 전담팀으로 통합하고, 각 일선서 외사계는 폐지한다. 외사 업무 담당 인력이 20명에서 4명으로, 최소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울산은 조선업 등 제조업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외국인노동자 유입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9월 울산시 외국인 인구는 2만 250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25명 증가했다. 지난해 1~9월 889명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3236명, 364.0%나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내국인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외국인이 늘면서 전체 인구감소를 완화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 조직 개편안이 시행되면 울산 외사 인력 1명당 현재 5626명의 외국인 치안 수요를 감당해야 한다. 외국인 범죄피해 예방 교육 등 각종 외사 업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당 조직 개편안은 내년 상반기 정기인사에 맞춰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유기적 협력 체계를 유지하는 지역 외국인 담당 기관이나 각종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도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울산지역 인도네시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로야니 씨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의 경우 보이스피싱이나 여러 사기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커뮤니티 차원의 여러 행사를 진행할 때도 가장 먼저 외사계와 소통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다”며 “만약 외사계가 없어진다면 이제 우리 같은 외국인 커뮤니티는 당장 경찰 어느 부서에 연락해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건지, 갑자기 막막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커뮤니티 소속 결혼이주여성 툼 찬톨(한국 이름 이아영) 씨도 “캄보디아 여성들은 주로 가정폭력, 사기 등으로 피해를 겪는 일이 많고 그럴 때마다 외사계와 소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 왔다”며 “경찰과의 소통 창구가 줄어들면 외국인들이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힐 때 제대로 대처하는 게 힘들어질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외사 기능이 통합되지만 외사 업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울산의 치안 여건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본청에 건의 중이고, 업무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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