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만공사, 365일 비지 않는 ‘BPA 희망곳간’ 지역 상생 잇는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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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시작 연내 부산·경남 15호 예정
주민·기업 식자재 기부 취약계층 이용
4500만 원 상당 물품 2000명 혜택
BPA "지속 가능한 나눔 문화 조성"

지난 4월 부산 영도구 동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BPA 희망곳간 1호점 개소식에서 BPA 강준석(왼쪽 두 번째)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BPA 제공 지난 4월 부산 영도구 동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BPA 희망곳간 1호점 개소식에서 BPA 강준석(왼쪽 두 번째) 사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BPA 제공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 말이 있다. 내가 먹고살 만해야 이웃을 살필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거꾸로 이웃의 인심이 모여 365일 비는 날이 없는 곳간도 있다. 부산항만공사(BPA)가 지난 4월 시작한 ‘BPA 희망곳간’이다.

‘BPA 희망곳간’이 지역사회의 선순환 나눔 사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BPA 희망곳간은 BPA가 설치한 나눔 냉장고에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물품을 기부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게 한 사업이다. BPA가 ‘우리동네 행복채움 사랑나눔 냉장고’ 사업을 기획하고 사회 공공성 강화와 연대를 위한 고용노동부 재단법인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의 공모에 당선돼 사업이 시작됐다.

전국 1위 컨테이너 항만, 세계 2위 환적 항만인 부산항이 지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BPA는 지역사회와 지속 가능한 상생을 이어가는 책임을 다하기 위해 희망곳간 사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희망곳간은 지난 4월 13일 1호점을 시작으로 7호점까지 잇달아 열었고, ‘주고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한 공간’이라는 평가 속에 불과 6개월 만에 12호점까지 확장했다. 11월까지 3곳이 추가로 문을 열면 부산·경남 지역 총 15곳의 희망곳간에서 더 많은 이웃이 정과 희망을 나누게 된다.

BPA 희망곳간은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과 사랑을 나누는 물건을 보관해 두는 곳’이라는 사업 이름에 걸맞게 지역사회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사랑의 매개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복지관의 자원봉사 어르신들은 ‘곳간지기’를 자처하며 직접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를 채우고,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찾아가 반찬을 전달한다. 곰탕을 정기 기부하는 한 식당 사장은 “기부한 곰탕을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드실 생각을 하면 마음이 푸근하고 오히려 제가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영도구 봉래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민원인이 센터에 있는 희망곳간 6호점에 대해 묻더니 며칠 후 달걀 150개를 들고 찾아오기도 했다.

용호종합사회복지관 내 BPA 희망곳간 9호점 전경. BPA 제공 용호종합사회복지관 내 BPA 희망곳간 9호점 전경. BPA 제공

부산항 주요 협력사인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도 정기 기부에 동참한다. BPA 스마트팜 운영업체인 도시농사꾼은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나눈다. 채소·반찬가게, 카페 등의 기부도 줄을 잇는다. 이렇게 지난 6개월간 4500만 원 상당의 정성이 모였고, 2000여 명의 취약계층에게 정과 희망을 나눴다. 연말부터는 BPA 사옥에서 나오는 폐지를 새활용한 휴지도 희망곳간을 통해 나눌 예정이다.

희망곳간은 단순한 식료품 공유사업만은 아니다. 집에서만 생활하던 어르신이 식자재를 가지러 외출해 이웃과 교류하고, 복지 담당자가 거동이 불편한 이웃에게 식자재를 전달하면서 안부를 확인한다.

희망곳간을 거점으로 서로 이웃을 돌보는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희망곳간이 지역에 튼튼하게 뿌리내리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기도 한 이유이다.

BPA는 지난 6개월간 운영을 통해 선순환 나눔 문화 조성이라는 희망곳간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시작된 나눔 문화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기관 담당자 정기간담회, 기부자 부산항 초청 프로그램 등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BPA 강준석 사장은 “앞으로도 정기 후원, 전통시장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기부자 발굴 등을 통해 희망곳간이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라며 “BPA 희망곳간을 통해 우리 공사와 지역사회가 함께 뿌린 나눔의 씨앗이 큰 나무가 되어 단단하게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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