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아프기 전 질환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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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해운대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동남권항노화의학회 사무총장

1900년대 초반의 평균 수명은 대략 40세 중반 정도였다. 석기시대 인류의 평균 수명이 30세가 넘지 않았다고 하니, 수만 년 동안 인류의 평균 수명은 고작 10년 정도 늘었을 뿐이다. 하지만 2023년 현재의 평균 수명은 80세가 넘는다. 최근 100년 사이에 인류의 평균 수명이 배 이상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평균 수명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의학의 발전이다. 영유아기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고, 항생제가 출현하면서 감염 질환을 완치시킬 수 있게 됐다. 마취 기술이 발전해서 다양한 수술들이 가능해졌으며, 암과 심장 및 뇌혈관 질환에 대한 예방과 진단 및 치료 기술이 발전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악성 암과 동맥경화성 심장 및 뇌혈관 질환이다. 이들 질환의 예방과 치료가 더 많이 발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세를 넘어 사는 소위 백세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암과 혈관 질환들이 60~70세를 넘으면 급격하게 증가하는 일반인들과는 달리, 90~100세에 이르러서야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소위 ‘질병의 압축’ 현상이다. 이들 질병의 발생이 거의 30년 가까이 연기되는 것이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병’의 발생이 연기되고, 수명은 백세를 넘어 연장된다.

진행된 암과 혈관 질환들은 가까운 장래에 완전히 정복하기는 어렵다. 대신 질병이 발생하는 초기에 미리 알 수 있다면 현재 의학 기술로 완치시킬 수도 있고, 질병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도 있다. 질병이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이 바로 건강검진이다. 검진은 이러한 질환들이 숨어 있는 것을 찾아내고 여러 위험 인자도 파악해 낼 수 있다. 이 질환들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오랜 시간에 걸쳐 병이 진행해야 증상을 느끼게 되는데,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되면 완치는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미국 내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인디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동일한 인디언 종족이라 해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고 건강을 잘 관리하면 건강을 전혀 관리하지 않고 과식과 술, 담배, 마약에 과도하게 노출된 경우보다 20년 이상 수명이 연장된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국가에서 하는 검진도 있고, 직장에서 하는 검진,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는 검진도 있다. 어떤 검진이든 일단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정확히 해석해서 문제를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의사의 눈에는 검진 결과 속에 한 사람이 지금까지 살아온 길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길이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가 없는 미래 역시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은 건강과 질병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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