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의 부산 기업 상황, 특단의 돌파구 마련 시급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28개 불과
첨단산업 전환 통해 성장 동력 찾아야

전국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이 28개사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사진은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전국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이 28개사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사진은 부산상공회의소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전국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이 28개 사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10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부산 기업은 총 28개 사로 확인됐다. 이는 2008년 55개 사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부산 대기업의 전국 비중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2008년 55개를 정점으로 2015년 41개, 2017년 38개, 2019년 34개로 확연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 경제의 ‘날개 없는 추락’에 이제는 한숨조차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부산 경제의 위상 하락은 매출액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28개 사의 총매출은 36조 8220억 원으로 1000대 기업 매출의 1.2%에 불과했다. 인천 80조 8514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부산 28개 기업의 절반 이상은 500위권 밖이고, 전년보다 매출이 하락한 곳이 더 많다고 한다. 부산이 쪼그라든 만큼,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졌다. 전국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749개 사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있다. 100대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서울 소재 기업이 78개 사에 달하는 등 기업의 수도권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다. 부산 1위 기업 르노는 전국 순위 112위로, 부산은 3년째 국내 100대 기업 명단에 이름조차 내지 못했다. 부산 경제의 성장 동력이 꺼져 가고 있다는 경고를 무시한 정책 실패 탓이다.

부산이 뒷걸음질 치는 사이 급성장한 수도권 기업 상당수가 첨단 정보기술(IT) 산업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도 아픈 부분이다. 수도권 기업이 신기술과 플랫폼 서비스를 융합한 산업 구조 변화에 재빨리 올라탄 결과다. 부산에는 반도체·배터리·바이오·플랫폼 등 첨단산업이 전무한 실정이다. 부산의 1000대 기업은 금속·자동차부품·화학물질·건설·신발 등 전통 제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부산상의가 “성장성이 높은 신산업 분야의 기업이 부족한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을 정도다. 첨단산업 유치와 지역 주력 대기업들의 신산업 진출 없이는 지역 경제의 미래를 찾기 어렵다.

대기업의 부재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100대 기업 대다수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지역 청년들은 알짜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실패가 지역소멸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산 경제가 전국 1.2%로 추락할 때까지 지역을 대변하는 지역 정치권과 부산시는 뭘 하고 있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중앙정부와 정치권도 국가균형발전 정책 실패의 도덕적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첨단산업 특화단지의 지방 지정과 과감한 세제 및 전기세 혜택, 인재 육성 지원 등 지역 경제의 실질적 변화를 끌어낼 특단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의 기업들도 혁신을 통해 신산업 전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