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눠주기 재정 투입으로는 지방소멸 극복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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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기금’ ‘상생기금’ 재정 효과는 미미
국세·지방세 비율 조정 근본 개혁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경북 안동 경상북도청에서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오후 경북 안동 경상북도청에서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 살리기’ 차원에서 운용하고 있는 각종 기금들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나눠주기식 배분으로 실질적 재정 효과가 미미한 데다 기금 운용도 하향식 관행이 여전하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지방소멸 우려가 높아지자 지방을 지원하는 각종 기금을 늘리는 추세다. 2010년부터 지방재정 불균형을 해결한다며 연간 3000억~6000억 원 규모의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운용해 왔고 지난해부터 연간 1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10년간 집중 투입해 지방이 소멸 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을 돕겠다고 나섰다. 올해부터는 ‘고향사랑기부금제’도 운용 중이다.

최근에 가장 기대를 모았던 것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이었다.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목적으로 운용하는 최초의 재원인 데다 재정 여건이 취약한 지자체에 직접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조 원 기금은 나눠주기식으로 배분돼 실제 해당 지자체가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연간 10억~1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부산의 경우 시와 5개 인구소멸위험지역(동구, 서구, 중구, 영도구, 금정구)이 받은 기금은 모두 합해 지난해 217억 원, 올해 288억 원에 그쳤다. 기금 사용처도 ‘폐·공가 개선’ ‘CCTV 설치’ 등 기존 도시정비사업에 쓰였다. 소멸 대응이라는 취지 자체가 무색한 셈이다. 운영도 지자체가 제출한 사업을 정부가 평가하고 등급을 매겨 다시 재원을 배분하는 사실상 하향식이라는 지적이다.

2010년부터 운영돼 온 지역상생발전기금도 지자체가 재원을 만들어 다른 지자체에 주기 때문에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역 갈등만 키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부산시는 올해 재정자주도가 전국 최저 수준이지만 비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제주 다음으로 적은 169억 원을 배분받아 실질적 재정 효과는 미미하다. 당초 제도 취지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재정을 지방에 지원하기 위한 것인데도 수도권 지자체는 ‘상생’이 아니라 ‘희생’이라며 ‘역차별’을 주장한다. 재정 효과는 미미한데 지자체 간 갈등만 불러오는 격이다. 고향사랑기부금제의 경우도 민간 참여가 미미해 아직은 실효성이 의문이다.

지방소멸 대응이나 지역 상생을 위한 기금의 대대적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밖에 없다. 애초 기금으로 지방소멸을 막는다는 자체가 한계가 있는 데다 지방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세와 지방세 간의 비율 조정 등 지방의 조세권을 강화하는 근본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지자체들도 지방세 탄력세율 조정 등 적극적 자세로 재정 확충에 나서야 한다. 지방자치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재정 분권이다. 정부는 지자체에 시혜를 주는 듯한 모양새가 아니라 지방이 스스로의 힘으로 제대로 일어설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을 전폭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국정 과제인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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