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IT 강국의 행정 전산망 마비, 재발 방지책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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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사태 국민 불편·혼란 가중
정부, 신속한 원인 규명에 최선 다하길

서울의 한 주민센터 직원들이 19일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로 인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주민센터 직원들이 19일 정부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로 인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발생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로 온 국민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공공기관의 각종 민원서류 발급이 중지됐고 이를 모른 채 행정기관을 찾은 시민들이 잇달아 발길을 돌리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도 전면 중단됐다가 현재는 임시로 재개된 상태다. 문제는 이번 마비 사태가 언제 완전하게 복구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IT 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의 행정부가 전산망 오류가 발생한 지 며칠이 흐르도록 그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기업 같으면 난리가 나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 만큼 국민들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우선 사상 초유의 정부망 마비라는 혼란 앞에서 정부의 일 처리는 미숙하기 그지없었다. 당장 민원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인지, 정상화는 언제 가능한지, 국민을 위한 안내문자 하나 없었다. “비상 매뉴얼도 없이 우왕좌왕한 정부”라는 국민들의 비판과 눈총이 쏟아진 이유다. 원인 규명에 관한 입장이나 복구 진행 상황을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디지털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주민등록등·초본과 인감증명서조차 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명성과 신뢰가 크게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됐다.

원인 규명 지연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설왕설래가 거세다. 정부가 투명한 정보를 내놓지 않으니 전문가들도 제대로 된 분석으로 힘을 합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네트워크 장비가 말썽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것인지, 밝히지 못하는 것인지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네트워크 장비 불량을 의심하는데, 일각에서는 원인을 모르는 게 아니라 책임 소재 때문에 발표가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민간 업체가 원인도 모르고 발표도 질질 끌었다면 엄청난 비판에 직면했을 터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 대처는 너무나 안일하다.

정부는 일상이 시작되는 20일 월요일 오전을 시스템 정상화 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단순한 전산망 서버 오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면 복구는커녕 개인정보 소실 같은 더 심각한 사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가 모든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신속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게 순리다. 이것이 ‘무능’과 ‘무사안일’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현대의 정보기술 재난은 자연재해 못지않은 중대한 재앙이다. 그러잖아도 우리 국민들은 민생과 일상의 삶에서 겹겹의 고충에 시달리고 있다. 전산망 정상화 지연으로 더 큰 고통이 가중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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