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컬처 시대, 속도는 한국 경쟁력의 뿌리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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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덕 명예교수 책 'K 속도…'
영국 출판사 제안으로 번역 출간
안전하게 질적 업그레이드해야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부산 동래구 온천동 연구실에서 영문판으로 번역 출간된 <K 속도:한국 경쟁력의 뿌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부산 동래구 온천동 연구실에서 영문판으로 번역 출간된 <K 속도:한국 경쟁력의 뿌리>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세계경제사를 통틀어 겨우 반세기 동안 최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무이하다. K Pop,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넘어 모든 영역에서 '한국 스타일'이 인기다. 스스로 한국 문화를 찾고, 알아서 한국에 오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K 컬처의 확산은 우리 역사에서 처음 경험하는 사건이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K 속도:한국 경쟁력의 뿌리>(흔들의자)를 영문판으로 출간하자는 영국 출판사 'Ethics International Press'의 제안도 그런 배경 속에서 이뤄졌다. 이 책은 영문 번역 과정을 거쳐 <K-Speed : The Source of Koean Competitiveness>라는 제목으로 최근 영국 현지에서 출간됐다. 임 명예교수가 일주일에 7번 나간다는 부산 동래구 온천동 연구실 등에서 만나 일문일답을 나눴다. K 컬처가 그랬듯이 이 책의 다른 언어권 번역 출간도 기대하고 있었다.


-'빨리빨리'는 우리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속도가 경쟁력이라니 의외다.

남보다 속도를 내면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 그 속도가 지금껏 혁신을 만들어 내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이다. K 드라마의 제작 특징이 쪽 대본 아닌가. 촬영 직전까지 대본 수정은 어느 나라 사람도 시도할 수 없는 한국인만의 속도 요인이다. 한국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을 반영해 대본을 써 가면서 촬영, 전략적 민첩성과 소비자와의 소통이 뛰어나다. 외국에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일이다. 웹툰 제작이나 게임 개발 속도도 외국에서 경탄하는 수준이다.

-속도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내게 된 계기가 있는가

▲해외여행을 해 보면 한국 공항만큼 빨리 처리해 주는 나라가 없다. 2년 반 만에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수 있는 나라도 우리뿐이다. 부산시 고위공무원 교육 프로그램 강연 중에 "우리 만화는 출시한 뒤 결점과 오류를 고치고 보완하면서 더 나은 개정판을 내는 방식으로 일본 만화를 앞지르고 있고, 부산항도 그런 속도로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게 이 책의 시작점이 됐다. 부산발전연구원장 시절 구상해 20년 넘게 걸렸으니 너무 늦게 나왔다. 고칠 건 고치더라도 장점인 속도는 살려야 한다.

-유독 속도를 내게 만드는 한국인의 별난 성격이 있나

▲남다른 성취동기와 신분 상승 욕구라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2020년 전후 한국 경제 정책 중 가장 실패한 부분이 부동산,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 문제인데 그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교육 문제다. 한국 사회만큼 계층 상승 욕구가 강한 곳도 없다. 동시에 유의해야 하는 점은 남다른 평등 지향성이다. "한국은 체제는 자본주의지만 의식은 공산주의"라는 한 귀화 중국인의 지적을 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는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인재를 겪기도 했는데

▲속도를 높이면 사고 위험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빠르지만 신뢰성이 부족하다면 장기적으로는 나쁜 결과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제는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는 속도이되 상대적으로 안전한 속도가 되어야 한다. 질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의미이다. 오랜 민족 역사에서 처음으로 세계열강의 반열에 오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더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자 책임이다.


단점을 뒤집으니 생각도 못 한 장점이었다. 하지만 '빨리 피는 꽃이 빨리 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임 명예교수는 장래를 위한 경제적 전환 준비에 한국이 뒤처지고 있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속도를 살려서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새삼 강조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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