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가 캠퍼스 ‘거미줄’ 트램이 촘촘 연결[유럽 대학도시서 배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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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몽펠리에

6개 노선 시민·학생 이동 편의 제고
젊은 인구 유입돼 도심 활기로 넘쳐
캠퍼스 분산 배치 새 건물도 잇따라
지역 기업과 파트너십 구축 공 들여
시 차원 고용·훈련 프로그램 다양

몽펠리에 시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트램. 트램은 몽펠리에 대학생은 물론 시민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몽펠리에 시내를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는 트램. 트램은 몽펠리에 대학생은 물론 시민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한다.

프랑스의 남부의 대학도시 몽펠리에는 매주 일요일 오후가 되면 생기를 띠기 시작한다. 프랑스의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몽펠리에 기차역에서는 주말을 맞아 다른 도시로 떠난 학생과 교직원들이 다시 학업의 현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지난 10월 17일 이 곳을 찾았을 때 20~30분 간격으로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수 백명의 젊은 학생들이 기차역에서 쉼없이 쏟아져 나왔다. 몽펠리에대학교는 1220년께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르본대학교(파리대학교)에 이어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대학이다. 몽펠리에 인구는 21만 명 정도인데 35세 이하 인구가 5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대학생이 4만 7000여 명이고, 각 대학에 소속된 교직원도 27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대학생 가운데 외국인 유학생은 9000명이 넘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대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라고 몽펠리에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중세부터 이어져 온 몽펠리에대는 1968년 일어난 ‘68 혁명’의 영향으로 몽펠리에 1, 2, 3대학으로 분리됐다. 몽펠리에 1대학은 의학·치의학·약학·법학·상경 등의 전공 분야가 중심이고, 2대학은 과학·기술대라고 보면 된다. 그 이후 2015년 몽펠리에 1대학과 2대학의 합병이 이뤄져 몽펠리에대가 됐다. 몽펠리에 3대학은 폴 발레리(Paul Valery)대학으로 이름을 바꿨다. 프랑스 유명 시인의 이름을 딴 폴 발레리대는 주로 예술, 어학, 사회과학 관련 전공이다.

몽펠리에대학교에 신축 중인 건물. 몽펠리에대학교에 신축 중인 건물.

이 도시에는 프랑스만의 독특한 고등교육 기관인 그랑제콜도 11개나 있다. 그러다 보니 몽펠리에의 대학 캠퍼스는 도시 전체에 흩어져 있다. 도시의 중심지구라고 할 수 있는 코메디 광장을 중심으로 법학대학은 서북쪽에 위치해있다. 지방법원과 대성당이 있는 곳이다. 과거 성당이 사회를 주도하던 중세 때 이렇게 위치가 정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의대는 동북쪽에 자리잡고 있다. 대학병원과 이 지역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이 바로 옆에 있다.

학생 숫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보니 새 건물도 계속 짓고 있었다. 과학·기술 분야 전공학과들이 모여있는 캠퍼스에서는 연면적 6만 5000㎡ 규모의 최첨단 강의동 건설이 한창이었다. 대학본부에서 만난 아그네스 피카르드 캐롤 부총장은 “대학 건물들이 도시 전체에 나눠져 배치돼 있기 때문에 나도 정확하게 어디에 어떤 시설이 있다고 설명하기 곤란하다”면서 웃었다. 대학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지만 학생들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것은 시 당국의 학생 위주의 교통 체계 도입 때문이다.

몽펠리에 시는 2000년 오디세움과 모송 사이에 최초의 트램 노선을 개통했다. 지역 공기업인 TaM이 세워져 트램 건설을 주도했는데 지금은 6개 노선으로 몽펠리에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다. 촘촘한 트램 역과 빠짐없이 이어진 노선 덕분에 학생들은 물론 시민들의 이동에 최대의 선물이 됐다. 몽펠리에대는 지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연구 협력은 기본이고, 장비 제공, 컨소시엄과 라이센스 협약, 창업·숙박시설 등의 공유 등 매년 400여 건의 계약이 체결된다고 했다.

시 당국은 몽펠리에가 활력을 잃지 않는 대학도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대학과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몽펠리에 시는 16세 이상 청소년들이 보다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직업 소개 코칭, 법률 자문, 운전면허증 취득을 위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코칭 제도는 BAFA이다. 몽펠리에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16~24세 젊은 층들이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시스템을 제공한다. 방학이나 졸업 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개별화된 훈련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몽펠리에 시 관계자는 말했다.

몽펠리에 시장은 2022년 7월 ‘장기 실업자 제로 지역’(TZCLD)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몽펠리에에서는 고용 목적 회사(EBE)에 지급되는 공공 자금의 혜택을 받아 개인을 장기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내년 1월부터 신청서를 제출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몽펠이에 시 고용담당 매니저인 미셀 피콜리 씨는 “일자리를 잃어서 소요되는 비용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면서 “EBE에 공공자금을 투입해 일자리를 계속 유지해주는 것이 시 재정에도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창업 환경도 프랑스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트 센터는 30년 이상 몽펠리에 청년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자금과 공간을 제공한다.

몽펠리에(프랑스)/글·사진=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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