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깨운 경주 지진, 더 큰 지진 전조일까 시민 마음 ‘흔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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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발생 두 번째로 큰 4.0 규모
내륙 강타 부울경 주민 대피 소동
전문가, 한반도 남동부 빈번 예상
원전 밀집지역 대비 필요 지적도

30일 오후 경북 경주시 서라벌여중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후 경북 경주시 서라벌여중 학생들이 지진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발생한 지진 중 2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 경주에서 발생하면서 시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경주와 울산, 포항 등 한반도 남동부 일대에서 최대 6.7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긴급재난문자에 대피 소동

기상청은 30일 오전 4시 55분 경북 경주시 동남동쪽 19km 지점(경주시 문무대왕면)에서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지진 발생 후 8초 만에 긴급재난문자를 전국에 발송했고, 새벽 시간 문자에 자다 깨 놀라 대피한 시민도 있었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9.12 지진을 계기로, 내륙 지진 규모가 4.0 이상이면 발생지와 상관없이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통보관이 지진 관련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통보관이 지진 관련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지진으로 경북은 최대 진도 5, 울산은 진도 4, 경남·대구·부산은 진도 3이 기록됐다. 지진 리히터 규모는 절대적인 지진의 강도를 나타낸다면, 진도는 사람이 느끼는 정도와 건물의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나타내는 상대적인 개념의 단위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 등이 깨지는 피해가 발생하는 수준이다. 진도 3은 건물 고층에서 흔들림을 느끼는 정도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지진 직후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에서 60대 남성이 재난 경보 알림에 놀라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남성은 안면부와 오른쪽 팔에 상처를 입어 병원에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소방당국에는 연제구, 금정구, 사상구, 해운대구, 동래구, 사하구 등에서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총 7건 접수됐다. 지진에 따른 피해 신고는 없었다.

새벽 갑작스러운 경보음에 대피 소동도 벌어졌다. 연제구 주민 최 모(33) 씨는 “경보음에 놀라 외투를 챙겨 입고 집 밖에 나와 한동안 대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진동을 체감한 시민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서도 지진을 느낀 시민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울산 북구 매곡동에 사는 심재춘(29) 씨는 “아파트 7층 유리가 마치 강풍에 맞은 듯 깨질 것처럼 흔들렸다”며 “무슨 일인가 싶어 밖으로 대피하려다가 곧바로 재난문자가 오는 걸 보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 송정동에 사는 이영주(40·여) 씨는 “자고 있는데 잠깐이었지만 건물 장롱이 흔들렸고, 아이들이 무섭다고 방으로 달려왔다”며 “더 큰 지진이 오는 건 아닌지 여전히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울산에서 지진 발생 직후 20분 동안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는 41건이었다.

■규모 6.7 지진 대비해야

한반도 남동부는 한국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진이 발생한다. 향후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경주에서 발생한 9.12 지진은 규모 5.8 지진으로 부산·울산·경남을 비롯한 인근 도시까지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전문가들은 7년 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양산단층과 이를 연결하는 작은 단층인 내남단층(경주 내남면 소재)에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반면 이번 지진은 울산단층과 연관된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부경대 환경지질과학과 김영석 교수는 “울산단층 위에 얹혀 있는 상반부 가지단층에서 이번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울산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면 더 큰 지진이 왔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울산에서 시작해 경주, 울진, 영덕으로 이어지는 삼각형 모양의 지역을 지진 트라이앵글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는 “경주에서는 779년에 지진이 발생해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고 최근에도 계속 발생하고 있어 경주와 그 인근 지역에 꾸준히 지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동해바다에서 심심찮게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부산대 김 교수는 “한반도에 지진으로 강력한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만약 동해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쓰나미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부울경은 원전 밀집 지역인 만큼 동해바다에서 발생하는 지진에 대해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은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를 비롯한 전국 모든 원전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이날 발생한 지진의 진앙과 부산 고리원자력본부는 약 54km 떨어져 있고, 지진이 미친 영향은 없다”며 “절차에 따라 시설을 점검하고 있으며 여진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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