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밀려 서면 NC백화점 ‘오프’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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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대우건설과 재계약 불발
계약기간 내년 5월까지 영업
개장 9년여 만에 폐업 수순 밟아
오프라인 시장 온라인에 잠식
해운대점도 매각 작업 진행 중

재계약 불발로 인해 NC백화점 서면점이 내년 5월 폐점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서면 NC백화점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재계약 불발로 인해 NC백화점 서면점이 내년 5월 폐점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서면 NC백화점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면 중심가에 자리 잡은 NC백화점 서면점이 내년 5월 문을 닫는다. 건물주인 대우건설이 백화점을 폐점하고, 주상복합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기로 해 재계약이 무산된 것이다. 지역 대형마트들에 이어 도심 한복판의 백화점마저 폐점 명단에 오르면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위기가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30일 이랜드리테일과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이랜드리테일 측에 NC백화점 서면점의 계약 종료를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다. 재계약의 여지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공문으로 못을 박아 사실상 NC백화점 서면점은 계약기간인 내년 5월까지만 운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랜드리테일은 NC백화점 서면점 내 입점한 업체들에게 폐점을 위한 철수를 통보하고 있다. NC백화점 서면점에 근무하는 이랜드리테일 직원들은 해운대점, 부산대점, 괴정점, 덕천점 등에 분산 재배치될 전망이다.

NC백화점 서면점은 2015년 옛 디시티 건물을 리모델링해 연면적 4만 3983㎡, 지상 6층 규모로 들어섰다. 180개 패션 브랜드와 25개 외식 브랜드 등 총 205개 브랜드가 입점해 개장 당시 이랜드 유통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특히 전포카페거리의 인기와 맞물리며 합리적인 가격대의 패션 브랜드를 찾는 20~30대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한때 한식뷔페 ‘자연별곡’, 프리미엄 샐러드 뷔페 ‘애슐리 퀸즈’ 등 트렌디한 외식 브랜드로 손님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지역에 위치한 NC백화점 가운데서는 안정적인 매출이 확보되는 점포에 속한다.

하지만 개장 9년여 만에 폐점 수순을 밟게 됐다. 지역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측이 백화점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것보다는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는 편이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건설업체들의 사정도 좋지 않기에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점포는 대우건설이 갖고 있던 쇼핑몰 디시티를 2014년 코람코자산신탁 측이 임차권 리츠 형태로 임대차 계약을 맺고, 다시 이랜드리테일과 전대차 계약으로 운영돼 왔다. 대우건설 측은 지난해 11월 코람코 측과의 임대차 계약을 종료하고, 내년 5월로 끝나는 이랜드리테일과의 전대차 계약도 종료하면서 해당 부지를 주상복합 형태로 재개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해운대구 그린시티(신시가지)에 위치한 NC백화점 해운대점 건물도 매물로 나왔다. NC백화점 해운대점의 소유주인 이화자산운용은 해당 점포의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운대점의 경우 운영기간이 보장돼 있어 건물주가 건물을 매각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업은 가능하다.

유통업계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온라인에 잠식당하며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앞서 부산 지역 대형마트의 경우 메가마트 남천점, 홈플러스 해운대점·가야점 등이 잇따라 매각되기도 했다.

부산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필품은 물론 중저가 패션 브랜드마저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주도권이 넘어갔다”며 “해외 명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본사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에 거는 기대감이 확연히 줄었다. 도심 한복판의 오프라인 매장이 임대료나 인건비를 감당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 생산이 가능한 대형 쇼핑몰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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