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대강’ 대치 여야, 예산안·민생법 미룰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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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세밑까지 대결 국면 ‘정치실종’
민생 외면 계속하면 총선 때 국민 심판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오른쪽),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대 협의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 한파보다 더한 냉기가 여의도를 덮쳤다. 거대 야당의 법안 통과 강행과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는 쳇바퀴에 갇힌 한국 정치는 무능과 무기력으로 꽁꽁 얼어붙었다. 대화의 정치, 타협의 정치가 이토록 어려운 것인가. 내년 나라살림이 담긴 예산안 처리는 지난 2일로 법정시한 내 처리가 물 건너갔다. 민생법안 처리도 하세월이다. 정치권은 교착 정국을 타개할 돌파구 마련은 뒷전인 채 ‘네 탓 공방’에만 골몰하고 있다. 여야는 정치의 기본 원칙을 외면한 채 세밑까지 구태와 악습을 되풀이할 태세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정치권에서 대화가 실종되고 힘으로 밀어붙이기가 횡행하는 것은 여야 모두 내년 22대 총선을 앞둔 정략적 판단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은 입법 강행(노란봉투법과 방송3법)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시도로 정부를 압박하고, 이에 맞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사퇴로 탄핵을 피해가는 식으로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이 쟁점을 좁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법안을 일방 통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집권당인 국민의힘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 합의점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책임을 방기했다.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정치실종’ 사태다. 급기야 유권자들 사이에 국회 무용론의 한탄까지 나올 지경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한층 격화될 공산이 충분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12월 임시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에 대한 이른바 ‘쌍특별검사’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야 충돌이 불가피한 사안인데다 특히 대통령 가족에 대한 특검 조사라는 점에서 그 파장으로 정치권이 요동칠 수밖에 없다. 여야 모두 총선에서 유리한 정치적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이해득실만을 따지며 대립하는 사이 내년도 예산안을 비롯한 수많은 민생법안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는 안타까운 처지다.

대화도 없고 타협도 없는 여의도 정치를 국민들은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강대강’ 대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 실망감은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한다. 나라는 어렵고 할 일은 너무 많다. 여야는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기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으로 시작하라. 이견이 해소된 민생법안이라면 합의 처리에 나서야 한다. 부산 지역의 현안 중 하나인 산업은행법 개정안도 지도부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하라. 회기를 넘겨 폐기 수순으로 가지 않도록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지역 유권자들이 납득할 것이다. 총선이 불과 넉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만약 여야가 민생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태 반복에 급급한다면 국민의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회초리를 들기 전에 국회는 유권자가 준 역할과 책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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