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근본대책 시급(종합)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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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기준 특정국 절대의존품목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 공급망 다변화에 정부 지원 필요" 전문가 제언

요소수 관련 현장 점검에 나선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박석재 점장의 설명을 들으며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산업부 제공 요소수 관련 현장 점검에 나선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박석재 점장의 설명을 들으며 진열된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산업부 제공

중국이 최근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한 것을 계기로 '중국발(發) 공급망 리스크'에 또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국 내 요소 수급 상황으로 인한 일시적인 수출 보류 성격이 강하며, 중국의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2년 전인 2021년 하반기에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분쟁으로 요소 수출을 제한한 탓에 우리나라가 한바탕 '요소 품귀'를 겪었음에도 또다시 경고음이 켜졌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론과 함께 수입선 다변화, 대체물량 확보, 정부비축 확대 등 정부가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제11차 경제안보 핵심품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요소 수급 및 유통현황을 점검하고 다각적인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 역시 △차량용 요소 공공비축 물량 두 배로 확대(6000t→1만 2000t) △화물 차주단체, 주유소 등을 상대로 1회 구매수량 한도 설정 등 요청 △일시적인 수급 애로가 발생한 업체에 차량용 요소 비축 물량 2000t 조기 방출 △시장 모니터링 등 유통점검 강화 △중국과 외교적 협의 지식 등 대부분 단기적인 미봉책이 고작이다.

현재 국내 차량용 요소 물량은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하기로 한 5000t 등 계약 물량을 포함해 현재 3.7개월 사용분의 재고를 확보한 상황이다.


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금성이엔씨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수출을 중단한 산업용 요소의 국내 재고가 충분하고,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요소수 사재기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6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금성이엔씨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이 수출을 중단한 산업용 요소의 국내 재고가 충분하고, 베트남 등 다른 국가에서 수입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요소수 사재기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연합뉴스

문제는 산업용·차량용 요소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이라는 점이다. 올해들어 10월까지 우리나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산업용·차량용 요소는 수입액 기준으로 전체 물량의 91.8%를 차지한다.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수출을 중단하면 언제든 요소 품귀가 재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요소 뿐만 아니라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대(對)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중국은 요소 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에 쓰이는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창과 방패처럼 맞부딪치는 패권 경쟁,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언제든 한국의 첨단산업을 옥죄어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8월), 희토류 수출 보고 의무화(11월)에 이어 이달 1일부터 흑연 수출을 제한한 것도 미국의 첨단산업 제재에 맞서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한국의 대중(對中) 공급망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점이다. 요소 등 범용 제품에서 나아가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주력 첨단산업 공급망에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1000만 달러 이상 품목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90% 이상인 '절대의존품목' 393개 가운데 중국은 216개(55%)에 달했다. 일본(51개·13%), 미국(37개·9.4%)에 비하면 중국 의존도가 확연히 높다.

한국 수출의 중요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생산에도 중국 공급망은 얽혀 있다.

김 의원실이 올해 1∼10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반도체의 주요 원자재인 실리콘웨이퍼, 불화수소, 네온, 크립톤, 제논 등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최대 80%에 이르기도 했다. 반도체 원자재의 대중국 수입액 비중은 실리콘웨이퍼(35%), 불화수소(62%), 네온(81%), 크립톤(43%), 제논(64%) 등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이미 수출 보고를 의무화한 희토류금속은 반도체와 전기차의 핵심 소재다. 반도체에 들어가는 이튜륨, 스칸듐을 포함한 희토류금속의 올해 상반기 대중 수입 비중은 79.4%였다. 전기차 전기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희토류 영구자석의 중국 의존도 역시 올해 상반기 85.8%에 달했다.

지난 8월부터 수출 제한 조치에 들어간 갈륨과 게르마늄의 중국 의존도는 올해 상반기 87.6%였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이차전지 제조용 인조흑연(93.3%), 산화리튬·수산화리튬(82.3%),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96.7%), 니켈코발트망간수산화물(96.6%) 등의 중국 의존도도 절대적이다.

한국무역협회 김경훈 공급망분석팀장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대체 공급선을 찾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 기금' 등을 통해 기업이 긴급한 상황에도 단기적인 이익에 매몰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의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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