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현대중 강성 노조 집권…울산, 대정부 투쟁 중심지 되나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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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강경파 문용문 후보 당선
“울산서 대정부 투쟁 격화하나” 우려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현대차 제공

국내 제조업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에 잇따라 강경파가 당선하면서 향후 노사관계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동개혁 추진을 놓고 노·정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현대중 노조가 민주노총 대정부 투쟁 동력의 최대 공급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10대 임원(지부장) 선거 개표 결과, 문 후보가 1만 8807표(53.2%)를 얻어 임부규(1만 6162표, 45.72%)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고 6일 밝혔다.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4만 5312명 중 3만 5349명(투표율 78.01%)이 참여했다.

올해 선거에선 후보 4명이 나왔는데 모두 강성 성향으로 꼽혔다. 지난달 30일 열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다득표자인 문 후보와 임 후보가 결선 투표를 벌였고, 문 후보가 최종 당선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존 집행부에 이어 새 집행부도 강성 성향으로 꾸리게 됐다. 문 당선인은 현장 노동조직 ‘민주현장’ 소속으로 제4대 지부장을 지냈으며, 정리해고 반대 투쟁으로 구속된 적 있다. 그는 제4대 지부장으로 재임한 2년간 22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년간이다.

지난달 말 치러진 HD현대중공업 새 노조위원장 선거에서도 강성 노선 백호선 후보가 당선됐다. 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에는 2013년 정병모 위원장 당선 이후 2015년, 2017년, 2019년, 2021년, 올해 선거까지 6대 연속 강성 성향 후보가 뽑혔다.

자동차와 조선 양대 사업장 노조가 모두 강성 집행부를 선출하면서 향후 노사관계에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문 당선인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상여금 900% 쟁취와 주4일 근무제 등을 공약해 당장 내년 노사 협상부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백 당선인 역시 기본급 15만 원 이상 쟁취, 65세로 정년 연장 등 쉽지 않은 현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무엇보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이 울산의 강성 노동계를 중심으로 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강성 비대위’가 들어선 민주노총은 여전히 대정부 투쟁을 강조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 강경 산별노조를 중심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여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핵심 투쟁 동력인 울산 현대차와 현대중 노조가 총대매기 식 투쟁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상공계 관계자는 “울산을 대표하는 양대 노조에 모두 강경파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내년 임단협을 위주로 노사관계가 한층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며 “벌써부터 울산이 또다시 민주노총 대정부 투쟁의 중심에 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런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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