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소수 대란 우려… 공급망 안정 근본 대책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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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주유소서 품귀 현상 재발할 조짐
중국 의존도 낮추고 수입선 다변화를

‘제2의 요소수 대란’이 우려된다. 중국이 최근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하면서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가 재발할 조짐이다. 2021년 하반기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요소 수출을 제한해 국내에 요소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물류가 마비 직전까지 갔던 점을 고려하면 공급망 관리에 또다시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7일 〈부산일보〉에 따르면 벌써 부산 지역 주유소에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요소수 사재기 조짐이 일어나고 가격도 2~3배 뛰고 있다. 이대로 가면 트럭이 멈춰 서고 물류망까지 흔들렸던 2년 전의 요소수 대란이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21년 전체 요소 수입액의 71%였던 중국산 요소는 거래처 다변화 노력으로 지난해 67%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 다시 91%까지 올랐다. 2년 전 요소수 사태로 홍역을 치렀지만, 중국 의존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6일 내놓은 대책은 ‘차량용 요소 공공 비축 물량 두 배로 확대’ ‘화물 차주 단체, 주유소 등을 상대로 1회 구매 수량 한도 설정 요청’ ‘수급 애로가 발생한 업체에 차량용 요소 비축 물량 2000t 조기 방출’ 등 단기적인 미봉책이다. 정부는 현재 국내 차량용 요소 물량의 경우 재고 3개월분을 확보했다지만 통관 보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중국이 중장기적으로 수출을 중단하면 언제든 요소 품귀가 재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대중(對中) 공급망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점이다. 중국은 요소뿐만 아니라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에 쓰이는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움켜쥐고 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얘기다. 심지어 한국 수출의 중요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생산에도 중국 공급망은 얽혀 있다. 반도체의 주요 원자재인 실리콘웨이퍼, 불화수소, 네온, 크립톤, 제논 등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최대 80%에 이를 정도다. 미국과 중국이 창과 방패처럼 맞부딪치는 패권 경쟁,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언제든 한국의 첨단산업을 옥죄어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요소수 수출 중단에도 타격이 없다고 한다. 요소수를 필요로 하는 디젤차 비중이 한국보다 낮은 데다 근본적으로는 일본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요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일단 정부는 보다 철저한 수급 관리로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입선 다변화에 주력하는 것과 동시에 대체 물량 확보, 비축 확대도 준비해야 한다. 경기 침체로 모두가 힘든 때다. 요소수 문제로 또다시 발목을 잡히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부산항 수출입 화물차들이 곳곳에서 멈춰서는 ‘물류대란’에 직면해선 안 된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치밀한 위기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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