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혁신 요구에 부응하는 국힘 비대위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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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관계 재정립 전제돼야 혁신 가능
국정 동반자로서 집권 여당 위상 절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14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왼쪽 두번째)과 지도부가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한 다음날인 14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왼쪽 두번째)과 지도부가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의 사퇴로 결국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르면 다음 주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대위는 김 대표 사퇴 등으로 물꼬가 트인 당 혁신을 완수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 구성될 비대위는 국민의힘이 지난해 여당이 된 후 꾸려졌던 ‘주호영 비대위’와 ‘정진석 비대위’에 이은 세 번째 비대위다. 불과 1년여 기간에 비대위가 세 번이나 꾸려지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힘 내부에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폐해가 많았고 그 폐해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무턱대고 비대위만 꾸린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확연히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이전 김기현 체제의 국민의힘에 줄곧 붙어 있던 꼬리표는 바로 수직적 당정관계였다. 김 전 대표가 이준석 전 대표를 밀어내고 당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암묵적 지원이 있었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김기현 체제는 출발에서부터 대등한 당정관계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김 전 대표 스스로도 ‘당정일체’를 외치면서 기울어진 당정관계를 더 기울어지게 만든 측면이 있었다. 문제는 국민의힘이 이른바 ‘윤심’에 좌우되는 양태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김 전 대표의 사퇴나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도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현 당정관계의 실상을 이로써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당장에 관심사는 누가 비대위원장이 되느냐다. 윤재옥 대표권한대행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적임자를 골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거론되는 이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등이다. 한 장관은 말할 것도 없고, 원 장관이나 김 위원장, 인 위원장 역시 과거 행적으로 볼 때 윤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이다. 윤 권한대행이 말한,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후보군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우려는 당내에서도 나온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정관계 재정립이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힌 게 그렇다.

집권 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 중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 힘 실어주기’와 ‘권력 견제’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물음에도 ‘권력 견제’를 선택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게 현재 민심이고, 그 민심은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 국민의힘이 지금 다시 비대위 체제를 맞은 것은 민심과 멀어져 있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을 집권여당으로서 제어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 이를 바로잡지 못하면 국민의힘에게 근원적인 혁신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집권 여당으로서 당당한 존재감을 보이라는 것, 그게 국민이 바라고 요구하는 혁신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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