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이 대세? 이제는 로봇수술이 대체”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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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최소침습 수술의 진화

좋은문화병원 내시경수술센터
99% 이상 복강경 수술로 해결
최근 다빈치 로봇시스템 도입
부인암 등 모든 부인과 질환 적용
로봇팔 360도 회전, 고화질 제공
작은 상처와 빠른 회복이 장점

좋은문화병원 최진국 진료부원장이 자궁근종 절제술을 앞두고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체크하고 있다. 좋은문화병원 제공 좋은문화병원 최진국 진료부원장이 자궁근종 절제술을 앞두고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을 체크하고 있다. 좋은문화병원 제공

산부인과에서 최소 침습수술의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성의 복부에 상처를 남긴다는 것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개복수술에 이어 복강경 수술이 시도됐고 근래에는 로봇수술까지 소개되고 있다.

■개복수술에서 복강경으로 전환

남성의 정관수술에 해당하는 여성의 영구 피임수술이 난관결찰술이다. 임신을 원하지 않는 여성을 대상으로 지금도 산부인과에서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다. 배꼽 아래를 절개한 후 양쪽 나팔관을 묶거나 절단하는 방식으로 30분 내에 끝나는 수술이다. 1990년 무렵 대부분의 산부인과 수술은 복부를 절개하는 개복수술로 진행됐는데 난관결찰술에서 겨우 기본적인 복강경 기구를 이용했을 정도다.

30여 년 전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수련을 받고 있었던 좋은문화병원 최진국 부원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지금은 아주 간단한 수술이지만 그때는 난관결찰술도 매우 어렵게 진행됐습니다. 복강 안을 들여다보는 거울인 복강경과 수술을 진행하는 복강경 기구들이 마땅히 구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산 산부인과 학술 모임에서 복강경 수술에 대한 사례 발표가 있었는데 ‘배를 절개하면 쉬운데, 왜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복강경 수술법을 택합니까’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지요. 복강경 수술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조차 나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끝에, 지금은 거의 대부분 부인과 수술을 복강경 수술로 하고 있다. 절개의 크기가 작아지면 미용적인 이점도 있지만, 절개 크기가 작아서 통증도 감소된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그 차이가 중요한 것이다.

최 부원장은 개복수술 때도 상처를 작게 하자는 개념은 물론 있었다고 한다. “또 기억나는 것은 개복수술을 하더라도 절개를 작게 해보자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발한 숟가락을 이용한 방법이었지요. 숟가락으로 좀 더 작은 절개를 통해 작은 난소낭종을 퍼 올리는 아주 단순한 방법인데, 이것으로 복부의 절개 크기를 작게 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를 이유로 현재 모든 외과적 수술은 최소 침습적인 방법을 지향한다. 작은 절개 크기, 적은 절개의 수가 최소 침습수술의 진행 방향이다.

좋은문화병원의 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 좋은문화병원 제공 좋은문화병원의 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 좋은문화병원 제공

■복강경 이어 로봇수술 등장

좋은문화병원은 1993년 내시경 수술을 도입한 첫해에 전체 수술건수의 30% 이상을 내시경 복강경 수술로 시행했다. 복강경 수술 실적은 매년 꾸준히 늘어났다. 2022년 한 해 동안 자궁근종 등 복강경 수술이 적용 가능한 부인과 수술 1212건 중에서 2건을 제외한 모든 수술이 복강경으로 진행됐다. 99.9% 이상이 복강경 수술로 해결된 셈이다.

물리적인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거나 환자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극히 일부 상황만 제외된다. 예를 들어 거대 종양이 복강 안을 채우고 있어서 복강경 수술기구의 움직임이 제한될 때나, 수술 중 종양 내 물질의 유출로 복강 내 전이의 확률이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경우에는 복부 절개를 통해 개복수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좋은문화병원 내시경 수술센터에 로봇수술 시스템이 설치됐다. 여러 로봇수술 시스템 중에서 효율성을 가장 인정받고 있는 4세대 다빈치 시스템이다.

로봇수술이라 하면 공상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로봇이 수술을 대신해 주는 것은 아니고, 로봇이 집도의의 눈과 손을 대신해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복강경 수술은 복강경이라는 카메라를 이용해 복강 안을 보면서, 손으로 직접 기구를 조작해 수술을 진행한다. 반면 로봇 시스템은 수술자의 손가락에 끼우는 작은 조종 핸들로 로봇 팔을 움직여서, 로봇 팔에 장착된 기구가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로봇 팔은 손목 관절을 360도 회전할 수 있어서 일반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보다 가동 범위가 넓고 섬세하다.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또한 확대 능력과 세밀함이 월등하다. 사람의 시야보다 10~15배 확대된 초고화질의 3D 영상정보를 제공해 수술 부위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로봇수술의 적용 범위

4세대 다빈치 로봇수술 시스템은 개복수술과 복강경 수술의 장점을 살려 최소 출혈과 흉터, 적은 통증을 지향한다. 정밀하고 정확한 수술로 환자의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로봇수술의 적용범위는 이전에 복강경 수술로 하던 모든 질환이 대상이다. 부인암을 비롯해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난소난종과 같은 양성종양 등 복강경 수술로 시행되던 모든 질환이 가능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복강경 수술과 병합하여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부인과 수술 중에서 로봇수술로 가장 많이 시행되는 수술이 근종절제술이다. 로봇수술의 특징인 넓은 관절의 가동 범위와 카메라의 확대 능력을 잘 살릴수 있는 분야다. 그외에도 미세 나팔관 재건술이나 자궁탈출증의 교정술에도 섬세한 수술을 진행할수 있다.

최 부원장은 “로봇수술은 섬세한 조직박리와 지혈, 세밀한 봉합이 가능하다. 자궁과 난소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의 회복 측면에서 기존 복강경 수술보다 이점이 있다. 아직은 고가의 로봇수술 비용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도 복강경 수술처럼 거대 종양이나 다발성 종양을 수술하는 데는 현실적인 제한이 있다. 현재까지는 복강경 수술보다는 수술기구의 다양성이 적고, 기구를 교체하거나 조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고, 마취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는 점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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